정부가 또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그저께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서민주택 안정을 위한 ‘12·3 부동산 후속대책’을 마련했다. 부동산대책은 박근혜정부 출범 후 벌써 4번째다. 격월 주기로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대책에선 대선공약인 행복주택사업이 시행 1년도 안 돼 크게 손질됐다. 물량이 20만가구에서 14만가구로 줄고, 건립 가능한 부지의 범위는 넓어졌다. 그간 불거진 부지 선정의 어려움과 주민 반발을 감안한 조치다. 두 갈래로 운영되던 서민주택 구입자금은 하나로 합쳐져 저리로 지원된다. 저금리 자금을 대출해준 뒤 집값 등락에 따른 손익을 분담하는 ‘공유형 모기지’ 시범사업은 1만5000가구로 대폭 확대된다.
이번 대책은 법 개정 없이 정부 자체적으로 시행 가능한 정책을 망라했다. 기존 부동산대책이 국회의 장벽에 가로막혀 실효를 거두지 못한 정치 현실을 고려했다고 한다. 장기 침체에 빠진 부동산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급한 대로 행정적 처방을 동원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정부 대책이 약발을 받으려면 국회에 장기 계류 중인 부동산 관련 핵심 법안들이 처리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가 쏟아낸 4·1 부동산대책, 7·24 공급량 조절대책, 8·28 전월세대책과 관련한 부동산 법안들은 아직도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이미 시행 중인 대책의 종료 시한도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취득세 감면, 주택대출규제 완화와 같은 부동산대책은 올 연말에 종료된다. 하지만 국회는 팔짱을 끼고 있다. 국회가 이런 식으로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으니 정부 처방이 아무리 번듯해도 백약이 무효일 수밖에 없다. 정부 대책 발표 후 반짝하던 부동산시장이 다시 거래절벽을 맞은 것도 이런 상황 탓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부동산 관련 법안들이 통과되면 시장 회복을 위한 대책의 시행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중장기적으로 부동산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또한 정부는 기존보다 좋은 조건의 금리로 주택구매용 자금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공급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어 국내 주택 시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반응도 있다.
여야의 지루한 협상은 국민에게 실망만 안겼다. “누가 죽나 한번 봅시다”라는 고성이 회의장 바깥에까지 들렸다고 한다. 여야가 한 치 양보 없는 치킨게임을 계속하면 죽는 것은 정치만이 아니다. 모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는 우리 경제는 회생 불능의 수렁에 빠진다. 전월세 가격 폭등, 가계부채 악화, 소비 부진으로 번지기 시작한 ‘부동산 중증’의 후유증은 더 깊어진다.
정치권은 부동산을 포함한 바람직한 경제법안을 내 놓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