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핵심 인력인 기관사들이 적극 가담하면서 장기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걱정이다. 민주노총이 연대파업을 예고하고 서울지하철 노조도 지원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KTX와 수도권 전철이 다음주부터 감축 운행을 하게 되고 화물열차 운행률은 이미 30%대로 떨어졌다. 물류대란이 우려된다. 그런데도 철도노조와 코레일은 한 발짝도 물러설 의사를 내비치지 않고 있다. 대화와 타협의 창구가 필요하다.
이번 파업의 핵심 쟁점은 철도 민영화 여부다. 적자에 허덕이는 철도경영의 효율화를 위해 오는 2015년에 완공될 수서발 KTX를 별도 자회사에 맡기겠다는 것이 정부와 코레일의 방침이다. 경쟁체제를 도입하되 민영화는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자체가 민영화로 가기 위한 수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코레일 측의 발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이 파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현재 코레일은 부채가 17조6천억원에 달하는 `부실기업`이다. 부채 비율도 400%가 넘는다. 지금도 매년 적자가 6천억원씩 누적되고 있다. 현 추세대로라면 오는 2020년에는 부채비율이 900%에 달할 전망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직원 평균 연봉이 5천80만원에 달하는 회사가 코레일이다. 사기업이라면 망해도 백번은 더 망했을 회사다. 그런 현실속에서 임금 8.1% 인상을 요구함과 동시에 경쟁체제 도입에 반대하는 파업을 단행하는 철도 노조의 행보는 아무리 보아도 명분이 약하다.
철도는 국민 모두의 것이다. 코레일의 부채 역시 국민의 빚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철도는 국가 경제의 실핏줄에 해당하는 사회기반시설이다. 그런 시설을 볼모로 노사가 마주보는 열차처럼 대립하는 구도가 계속되어선 안된다.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으로 국민이 허리를 졸라매는 관행도 이제는 끝을 내어야 한다. 코레일과 철도 노조가 상생의 길로 나서야하는 이유다.
파업 이전부터 키워드처럼 회자해온 민영화 반대 구호는 노동계 일각의 ‘동투(冬鬪)’ 점화를 위한 불쏘시개였다는 점, 철도파업의 ‘밑 무늬’는 박정부의 국정수행 역량, 근원적으로는 박정부 자체에 대한 저항이라는 사실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노조 측도 “14일까지 정부와 여당의 전향적 입장이 없다면 더 큰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취임 첫해 내내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을 역설해온 박근혜정부는 이제 그 원칙과 신념의 순도(純度)를 시험받게 됐다.
정부는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불법 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노조를 강력하게 압박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번 철도파업을 박근혜정부 첫 공공 부문 파업으로서 노동계의 동투(冬鬪)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삼고 있다. 코레일 노사의 당사자 간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공기업 개혁을 망치려는 귀족노조 기득권 세력의 결집이 돼선 안 된다. 철도파업에 외부 세력이 개입해 노조를 부추기는 행동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철도파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 역시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것임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