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창- 편집국장
북한 정권의 성격과 수준은 장성택 처형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을 공개 체포한 뒤 나흘만에 이루어진 판결과 처형은 시대착오적이며 반역사적인 공포정치, 반인륜적인 행위를 자행하는 실체를 전 세계인에게 그대로 생생하게 각인시켜 주었다고 하겠다. 지금 국제사회는 北의 행태에 경악하고 있다. 하지만 한두 번 진저리 치고 나면 그만이다. 우리 자신이 더 문제다.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억압적인 북한정권과 휴전선을 접하고 살아야 하는 우리로선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니 걱정은 태산일 수밖에 없다. 핵과 미사일, 수많은 재래식 무기로 같은 민족을 시도 때도없이 위협하는 국격(國格)이 수준이하인 북한 정권과 평화·통일을 논의해야 하니 더욱 한심할 수 밖에 없다.
북한은 외부 세계의 분노에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인민군 설계연구소에 이어 마식령 스키장을 찾아 군인 건설자들을 격려했다고 한다. 아무 일 없다는 듯 남한에 개성공단 관련 회의를 제안하고 평양 시민에게는 포상잔치를 벌였다. 대외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남한에 대해 “무자비한 철추를 내리겠다”고 위협하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서슴지 않고 있다.
김정은 체제는 김일성,김정일 체제보다 더 폭력적이다. 이전과 달리 현 지배세력은 처형을 하면서 기관총 난사에 화염방사기, 불도저까지 동원해 흔적을 완전히 지우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를두고 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자신감이 부족하고 여유가 없으면 정신이 멀쩡한 사람도 흥분하고 극악스러워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북한 정권의 현 상태는 그런 측면이 다분하다. 공포정치는 속성상 대외적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 권력을 유지하고 체제를 결속하고 주민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독재체제가 흔히 하는 수법이다.
북한이 잔인무도하게 무슨 짓도 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정부는 전면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우선 국가 방위에 한치의 허점이 있어선 안 된다. 도발과 테러를 사전 차단하려면 비상한 각오로 군과 경찰, 정보기관이 제1선에 나서야 한다.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세가 커지고 있으니 북한의 급변사태에도 대비해야 한다. 북한의 혼란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9’도 다시 가다듬어야 하겠다.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것은 북한만이 아니다. 중국은 지난달 우리 군이 관할하는 이어도 해역을 포함한 방공식별구역을 일방 선포, 동북아에 긴장의 파고를 높였다. 일본은 북한의 도발 위협과 중국의 해양패권 강화를 빌미로 재무장을 서두르고 있다. 한반도 주변 안보 환경은 엄혹하다. 북한 변수마저 악화돼 위기가 중첩되는 국면이다. 남북 관계가 나빠지면 주변국에 휘둘릴 개연성이 높아진다.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구상이 통째로 헝클어질 소지도 커진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 한반도 안보를 지키고, 동북아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 동맹을 더 튼튼하게 하고 그 기반 위에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시키는 일이다. 북한에 어떤 변화가 불어닥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중국과의 협력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일본과 외교관계 복원에도 나서야 한다. 이를 통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동북아 평화구상을 하나하나 실현해 나가야 한다. 북한에 대해서도 변화 요구에 앞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북의 도발 위험성을 줄여야 한다.
‘전쟁이냐 평화냐 그것이문제로다’는 독백이 절로 나오는 시기다. 우리 겨레가 살고 있는 한반도의 시대상황이다. 어느 쪽이든 그 방향이 잡힐 텐데도 이에 무관심한 현실이 더욱 답답하다.
이 세상은 싸움의 바다라고 했다. 평화가 아닌 전쟁이 우리 주위를 메우고 평안이 아닌 불안이 생활을 지배한다. 어떤 발표에 따르면 기원전 3600년부터 지금까지 5600 여 년 동안 이 지구상에 전쟁이 없었던 때는 단 290년 밖에는 없었다고 한다. 그 나머지 5300년 동안은 항상 전쟁과 싸움이 끊이지 않았고 언제나 피비린내 나는 다툼으로 우리 인류의 역사는 이어져 왔다.
전쟁의 횟수만 해도 1만4530 여건. 그러니까 1년에 3건 정도 일어났으며 이 전쟁으로 인해 죽은목숨만 해도 36억40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후 20세기에 들어 국가간의 전쟁이 아니라 전세계전쟁으로 확장, 두 차례나 세계전쟁을 치루기도 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때는 전 세계에 있는 수 백개의 국가 중에서 12개의 국가를 제외하고는 모두 전쟁에 참전하는, 글자그대로 세계대전 이라고하는 미증유의 사건을 체험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약 1억의 인구가 전쟁으로 인해 아깝게 목숨을 잃었다.
한반도 안보와 평화는 누가 대신 지켜주지 않는다. 전략적인 대응 방안을 갖추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때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