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아야 할 금융권에 비리(非理)의 온상이 위험 수위를 넘어 섰다는 뉴스는 우리 모두를 서글프게 한다. 횡령이나 부당대출 등 각종 사고가 쉴 새 없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올 한 해 금융 당국의 징계를 받은 은행 임직원은 424명에 달한다.  이 숫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 숫자도 늘었으며 죄질의 양상도 다양해지는 등 갈수록 악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징계로까지 이어진 사례는 실제 비리의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획기적 대책이 절대 필요하다 하겠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85명으로 가장 많다. 지난 7월 개인신용정보 조회와 금융거래 비밀보장 의무 위반 등이 적발되면서 기관주의(注意)와 임직원 65명에 대한 무더기 문책을 받았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고경영진 갈등과 연루된 경영자문료 횡령 혐의 등의 자금 추적 과정에서 고객 동의 없이 신용 정보를 329차례나 들여다봤으며, 직원 50명은 개인적인 목적으로 개인신용정보를 무려 1292회나 조회했다니 놀랍다. 형사처벌 대상이 될 정도로 죄질이 나쁜 행태라고 하겠다.  적발된 제1금융권으로는 제주은행 (68명), 우리은행 (53명), 전북은행 (46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징계 사유는 대부분 경영부실이나 부당 영업, 비리·횡령 등으로 밝혀졌다. 국민은행은 제재 인원수로는 23명에 불과 하지만, 한국 금융감독원과 일본 금융청이 도쿄지점의 부당대출 사건과 관련해 공동 검사에 들어간 17일 이 지점의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 그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지는 중이다. 맑아야 할 은행에 얼마나 내부 문제가 심각하기에 이런 사태까지 일어날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금융은 일반 사기업과 성격이 다르다. 금융 계통이 장애를 일으킬 경우 시장과 국가 경제 전반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는 중차대한 일이 벌어질수도 있다. 미국 금융사들의 신뢰 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비화한 사실만 봐도 그 위력을 알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8월 금융기관 임직원의 비리 규모가 클수록 더 엄격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한 현행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하겠다. 금융사의 모럴 해저드에는 관치금융이나 정권의 입김이 작용한 낙하산 인사 등에도 큰 책임이 있다. 정치권력 개입을 배제하고 독립적인 전문직 인사를 금융기관장에 임명하는 한편, 비리 당사자와 금융감독기관의 동반 책임을 묻는 시스템도 구축, 강력히 대처할 필요가 있는 중대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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