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자살사건에서 처음으로 `심리적 부검`을 실시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 행정9부(부장판사 박형남)는 A씨의 부인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지급부결처분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달리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우선 A씨가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아왔는지, 이 우울증이 A씨의 자살에 직접적인 원인이 됐는지 등 자살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재판 절차로는 처음으로 `심리적 부검`을 의뢰했다. 심리적 부검이란 어떤 사람이 자살했을 때 주변인 인터뷰와 유서 등 활용 가능한 자료를 최대한 수집해 자살의 동기 또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밝히는 감정 방법이다. 감정인으로 선정된 연세대 원주의대 정신건강의학과 민성호 교수는 A씨가 본인에게 불리한 조직개편, 승진 좌절로 인한 실망감, 업무 과중 등 원인으로 극심한 우울증이 발생해 자살하게 됐다는 결과를 내놨다. 재판부는 "감정 결과에 따르면 공무상의 스트레스와 절망감 등이 공동으로 작용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고 추단할 수 있다"며 "A씨의 우울증 발병과 사망, 공무 사이에는 인과관계다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08년 한 지방국세청 세무공무원으로 근무하며 과중한 업무와 함께 특별승진대상자에서 제외되자 심한 절망감을 느꼈다. 그는 자신을 승진 대상자에서 제외하기 위해 부당한 다면평가를 실시했다는 생각까지 들면서 중증의 우울장애를 겪었다. A씨가 이같은 공무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정기인사에서 관내 세무서로 전근을 가는 것이었지만 본청 근무를 다 마치지 못하고 돌아왔다는 낙인이 찍히면 승진에 지장을 줄 수도 있는 상황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A씨는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됐고, 이에 A씨의 부인은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 달라"며 소를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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