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레저부 기자 = 팬들은 아우성인데 총재는 눈을 감고 귀를 닫았다.
남자 프로농구를 주관하는 KBL의 한선교 총재는 2013~2014시즌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열린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호텔에서 130여명의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2013 KBL의 밤` 행사를 개최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현장과 소통하기 위한 자리"라는 관계자의 설명처럼 겉으로 보이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속내가 미심쩍다.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이유로 풀이된다.
이번 행사는 한 총재 부임 이후 처음으로 열렸다. 그동안 없었다.
내년 6월30일이면 임기가 끝나는 한 총재가 사실상 연임 의사를 표명했다는 게 농구계의 중론이다. 앞서 한 총재의 연임설은 KBL 안팎에서 나왔다.
경선이 될 경우에 구단 모기업의 위치나 상황에 따라 어느 구단이 한 총재에게 표를 던질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한 총재 외에 새로운 인사가 총재 자리를 두고 다툴 대항마로 떠오를 경우, 총재는 10개 구단 이사들의 경선을 통해 정해진다. 한 총재는 3년 전에 KBL 최초로 있었던 경선을 통해 전육 전 총재를 제치고 자리에 앉았다.
잦은 오심·특정 구단 밀어주기 의혹·헤인즈의 `묻지마 플레이` 등 연이은 악재 속에서도 소통을 거부했던 이전 행보와 비교하면 이날 행사는 참 이례적이다.
지금 KBL은 앞뒤로 거의 모든 소통 창구를 닫은 조직이다.
KBL은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제도적 장치나 대안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12분 쿼터제 도입을 발표했다. 현장의 목소리 대신 한 총재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형식적인 이사회에 참석했던 10개 구단은 뒤통수를 맞았다.
오심 때에는 늘 솜방망이 징계로 제 식구를 감쌌다. 심판들에게 고작 1~2주 출전정지 징계를 줬다. 자신들의 과실로 퇴장당한 감독에게는 규정에 얽매여 징계를 내렸다.
지난달 20일 SK-오리온스 경기에서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심판 판정에 격렬하게 항의하다가 퇴장당했다. 추후에 오심으로 밝혀졌음에도 퇴장당한 감독은 재정위원회에 회부된다는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벌금을 매겨야 했고, 후폭풍이 두려웠는지 징계 내용은 발표하지 않았다.
`묻지마 폭행` 논란으로까지 번진 SK 애런 헤인즈의 KCC 김민구 가격 건에 대해서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전례를 들고 나와 현실과 동떨어진 징계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밀실 재가 의혹도 일었다. 소속팀 SK의 징계만도 못해 KBL 스스로의 권위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사회를 통해 유재학 모비스 감독에게 내년 인천아시안게임과 세계월드컵 지휘봉을 맡겼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국제대회 때마다 "깨달았다"고 했지만 여전히 KBL과 대한농구협회의 교류는 사실상 전무하다.
대한농구협회와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해외 전지훈련·국가대표 평가전 등 대표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여자프로농구 WKBL(총재 최경환)에 크게 못 미친다.
한 총재가 `KBL의 밤` 행사에서 "내년에는 올스타전을 다시 이틀 동안 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가 "내가 할 말은 아니지"라며 웃어넘겼다고 한다.
한 총재는 여론을 읽는데 둘째가라면 서러울 3선 국회의원이다. 현장과 팬들의 목소리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현안이 산적한데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우면서도 묘한 총재와 KBL이다. 이날 행사에는 초청장을 받은 10개 구단 감독 중 4명만 참석했다고 한다. 이것이 여론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