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재-언론인
영국인들은 1189년 7월 20일 일제히 환성을 질렀다. 사자왕 리처드가 이날 대관식을 가졌다. 리처드는 백성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남다른 용맹과 리더십 때문이었다. 십자군 전쟁에서 적(敵)으로 만난 무슬림조차 리처드에게 존경을 표시했다.
리처드는 정치적 감각도 뛰어났다. 그 당시 영국에는 반(反)유대 정서가 강했다. 유대인들은 대관식에 참석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일부 유대인들은 선물을 들고 참석했다.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였다.
절대 권력자 주변에는 과잉 충성 세력이 포진한다. 이들은 대관식에 참석한 유대인들을 `괘씸죄`로 다스렸다. 리처드의 신하들은 유대인들의 옷을 벗긴 후 매질을 했다. 유대인들은 실컷 두드려 맞은 뒤 왕궁 밖으로 쫓겨났다.
상당수 런던 시민들이 이를 목격했다.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 왕이 유대인들을 모두 죽이라고 지시했다는 헛소문이 나돌았다. 런던 시민들은 유대인들을 죽을 때까지 때리거나 불태워 죽였다.
런던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 노리치(Norwich)에서도 대학살이 벌어졌다. 한 소년이 길거리에서 시체로 발견되자 명확한 증거가 없는 데도 유대인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유대교 회당에서 소년을 십자가에 못박은 후 피를 빼내 제물로 사용했다는 소문이 여기저기로 번졌다. 노리치 시민들은 "살인죄는 피로 속죄해야 한다"며 유대인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리처드는 혼란을 수습하려고 노력했다. 유대인에 대한 박해가 폭동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멀쩡한 기독교 신자까지 테러 대상으로 전락했다. 리처드는 살인자들을 처형하도록 지시했다. 십자군 원정에 참여하려면 영국의 내정 안정이 필수였다.
유대인 학살 중지 명령도 내렸다.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는 않았다. 워낙 반(反)유대 정서가 강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유대인들을 추방했다. 올리버 크롬웰이 1655년 거주를 허락할 때까지 유대인들은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영국에서 살 수 없었다.
로마제국의 이스라엘 점령 이후 유대인들은 갑작스런 추방을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십자군은 예루살렘을 탈환하자마자 유대인들을 쫓아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체코 등 곳곳에서 반(反) 유대 정서가 고조될 때마다 유대인들은 서둘러 짐을 싸야 했다.
유대인들은 이 과정에서 자신들만의 생존 방법을 터득했다. 유대인은 쉽게 휴대할 수 있는 재산을 선호한다. 유대인들이 다이아몬드 등 귀금속 시장을 좌우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유대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재산은 `지식`이다. 휴대품 조사 과정에서 다이아몬드는 강탈당할 수 있지만 지식은 그렇지 않다. 사람은 죽는 순간까지 `지식`이라는 재산을 온전히 독점할 수 있다.
유대인들은 아들 딸이 어릴 때 자연스레 공부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다. 유대인으로1972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아이작 싱어는 "아이들이 토라(유대교 경전)를 통해 처음 글을 배우기 시작할 때 어른들은 토라 위에 사탕과 건포도를 깔아 놓는다"고 소개했다. 어린이들에게 `지식은 곧 달콤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독일 출신 유대인들은 1884년 뉴욕에 기술훈련센터를 세웠다. 동유럽 출신 유대인들이 미국으로 대거 유입되자 유대 어린이들을 기능공으로 키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센터는 곧 문을 닫았다. 동유럽 유대인들은 자신은 비록 밤 늦게까지 일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아도 아들 딸만은 고등교육을 받게 했다. 이렇게 성장한 유대인들이 미국 경제를 쥐락펴락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혁신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4%, 고용률을 70%, 1인당 국민소득을 4만 달러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잠재 성장률은 경제의 기본 체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가리킨다.
잠재 성장률을 높이려면 획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고령화 추세 등의 여파로 우리의 잠재 성장률은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를 다시 끌어 올리려면 자본 투입을 늘리는 한편 총요소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기업은 사업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자본을 투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총요소 생산성을 높이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책이다. 총요소 생산성은 `지식`을 통해 높일 수 있다. 경제 전반에 혁신의 물결이 소용돌이칠 수 있도록 지식의 축적 및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얘기하는 `창조 경제`도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