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와 국회가 개헌론(改憲論)을 둘러싸고 맞서는 듯한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개헌론은) 한번 시작되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이 다 빠져든다”면서 “힘을 합해 민생을 안정시키고 경제가 궤도에 오르게 해야 할 시점에 빨려들면 경제 회복의 불씨도 꺼질 것”이라고 말해 현 단계 개헌 논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명확히했다. 지난해 4월 민주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회 간사단과의 청와대 만찬에서 밝혔던 ‘개헌 블랙홀’을 거듭 지적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야 의원 120여 명이 참여해온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측은 당일 “그래도 계속 논의해야 한다”며 상반기 중 공론화 방침을 재확인했다.최근 국회 안팎에선 개헌 논의가 세 갈래로 교차 중이다. 첫째, 개헌 추진 의원모임은 지난달 27일 워크숍을 열어 6·4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도 함께 하자는 목표까지 다잡고 있다. 둘째, 강창희 국회의장은 신년사에서 ‘대한민국의 더욱 튼튼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헌법의 틀’을 역설하고 2일 개헌자문위원회를 발족시켜 자신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5월 말 이내에 조문화까지 마칠 계획이다. 셋째, 민주당도 5일 전병헌 원내대표를 통해 국회 내 개헌특위 설치를 제안했다. 이들 개헌론은 대체로 분권형 대통령제 혹은 의원내각제 같은 권력 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통령제의 경우 5년 단임제에 갈음하는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경향이다.그러나 개헌이 실질적 현안으로 공론화하면 백화제방(百花齊放)일 수밖에 없다. 현행 헌법의 전문·본문 130개조 가운데 자유로운 조문은 드물 것이다. 이념 갈등에 조직·직역(職域) 이기주의가 겹치고, 단어와 문장 하나하나에 엄청난 충돌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력구조 원포인트’ 개헌을 제기했지만, 한번 펼치면 감당하기 어려운 게 개헌론의 본성이다.개헌이 어렵더라도 꼭 필요하다는 확고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시도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아직 개헌론이 그대로 정론인 것도 아니다. 현행 헌법은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취를 교직(交織)해온 헌정사의 꽃이다. 개정 아니라 진취적 해석으로 개화시켜 나가면 충분하다는 입장도 결코 만만치 않다. 박 대통령의 ‘블랙홀’ 인식에 다수 국민이 공감하는 이유다. 국회는 개헌 논의가 대안 연구·검토, 논의 채널 형성 차원을 넘어 국민적 역량을 흩는 수위로 공식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