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1월 A씨의 집에 불이 나 4살배기 아들 B군이 사망했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소방 등의 합동감식 결과는 형광등 누전으로 인한 화재였다. 그러나 9년이 지난 2011년 A씨의 동거녀는 경찰에서 전혀 다른 진술을 내놨다. A씨가 B군에게 휘발유를 뿌린 뒤 불에 태워 숨지게 했다는 것. 이에 따라 수사는 다시 시작됐고 A씨는 "방에 휘발유를 뿌린 것은 사실이지만 아들에게 직접 붓지는 않았고 담배를 피우기 위해 라이터를 켜는 순간 불이 난 것 뿐"이라고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이에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 화재수사팀은 수사 검사의 요청으로 사건관계인 진술의 신빙성 및 B군 화상 분위에 대한 분석을 실시했다. 또 현장감식과 재연실험, 화재역학 이론에 따른 감정 등도 진행했다.  그 결과 A씨가 아들의 왼쪽 머리에 휘발유를 직접 뿌린 뒤 불을 붙인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B군은 화재가 난 이후 침대 밑에 들어가 엎드린 채로 사망했고 화염은 오른편에 있었는데도 왼쪽 머리 부분과 왼쪽 팔이 불에 탄 점 등이 단서가 됐다.  결국 이 사건은 A씨가 동거녀를 `엄마`라고 부르지 않는 아들에게 화가 나 머리에 휘발유를 뿌린 뒤 살해한 끔찍한 사건으로 결론났다. A씨는 구속기소된 뒤 법원에서 유죄를 확정판결받았다. A씨의 주장만으로도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는 성립하지만 재판부는 휘발유를 뿌린 곳 등을 중요 요소로 고려해 양형을 정했다.  대검 NDFC 화재수사팀은 이 사건을 포함해 지난 2년간 일선청 화재수사를 지원하면서 수사지휘·조사·기소·공판 등 각 수사단계별로 활용할만한 내용을 담은 화재사건 수사사례집Ⅱ를 발간했다고 12일 밝혔다. 사례집에는 유류운반선이 인천부두에 휘발유를 하역한 뒤 해상에서 폭발해 선원 11명이 사망한 `인천 해상 유류운반선 폭발사건`과 퇴사 요구에 격분해 10억원 상당의 임플란트 구조물을 방화한 사건 등이 포함됐다.  말다툼을 벌이던 아내에게, 다른 남자를 만나는 내연녀와 아들 2명에게 각각 휘발유를 뿌려 불에 태워 숨지게 한 살해 사건 등도 담겼다. 묏자리 잡초를 태우다 주변 대나무와 해송 밭으로 불이 옮겨붙어 산불로 확산된 사건, 퇴실을 요구하자 모텔 TV 등 집기 등에 불을 지른 사건 등도 실렸다. 유류운반선 폭발사건의 경우 화재수사팀은 초동수사 단계부터 소방과학연구실과 합동으로 현장감식과 실물 축소 재연 실험, 컴퓨터 시뮬레이션, 증거물 감정 등을 실시, 폭발지점과 원인을 명확히해 선장의 과실을 입증했다. 임플란트 구조물 방화 사건에선 불에 탄 증거물에 대해 X-Ray 비파괴검사와 녹는점 차이를 이용한 합성수지 용융물 제거 등 감정을 통해 소훼된 의료기기가 34종, 4만여개(시가 10억여원)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외에 방화살해 등 다수의 사건에서 현장감식과 각종 실험을 통해 피의자들의 유죄를 증명해냈다.  검찰은 이같은 수사에서 발화지점 및 원인을 찾는 1차원 조사를 넘어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실물 재연실험, 관계자 진술 분석 등을 통해 화재·폭발 원인은 물론 피의자 고의·과실 여부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화재수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자평했다.  검찰 관계자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으로 잿더미에 가려진 진실을 규명했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보탬이 되고 사건관계인이 억울함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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