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미국 등 서구국가의 식민통치 역사, 1521년 스페인 식민지 이전 중국, 일본과 교역하며 무역상인들의 혈통이 섞인 외모, 그리고 문화 모두에서 필리핀은 동양과 서양이 독특하게 혼합돼 있다. 국민은 말레이족을 근간으로 해 중국인, 미국인, 스페인인 및 아랍 혈통의 후손들이다.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영어를 쓰는 인구가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7107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을 세계문화유산의 보고이자 다양한 유적, 건축물 등을 갖춘 매력적인 여행지로 만들었다.필리핀 북부지역은 빼어난 자연경관, 독특한 역사와 독창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 곳이다. 야외활동을 사랑하는 사람뿐 아니라 역사탐험을 즐기는 여행객에게 최적의 여행지다. 수 세기 동안 스페인과 중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온 북부지역은 신비로운 지형지물과 아름다운 구조의 역사적 건축물이 자리잡고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필리핀 북부지역은 넓게 펼쳐진 해변, 빼어난 경치의 산악, 동굴 등을 품고 있다.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모험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수빅(Subic) 해변에서 요트를 타거나 카가얀(Cagayan) 계곡의 동굴과 이푸가오(Ifugao)의 바나우에 계단식 논을 방문해 세계 8대 불가사의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록된 비간 시에서는 잘 보존된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을 구경하거나 다양한 문화가 조합된 건축물도 만나 볼 수 있다.필리핀 속 작은 유럽으로 알려진 비간은 스페인 건축 양식이 남아있는 명소다. 기록으로 남아있는 필리핀의 역사는 1521년 세부에 마젤란이 상륙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스페인의 지배를 약 400년 동안 받아오면서 스페인 건축양식 등 많은 문화들이 자연스럽게 필리핀으로 유입됐다. 그 중에서도 비간은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된 곳으로 손꼽힌다. 이러한 이유로 비간은 `헤리티지 빌리지(Heritage Village)`라는 이름으로 필리핀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선정됐다. 비간은 스페인을 가지 않고도 스페인의 아름다운 도시 계획 문화를 볼 수 있는 장소다.비간에서는 매년 롱가니자 축제(Longganiza Festival)가 열린다. 지역민들과 관광객들이 함께 웃고 떠들며 필리핀의 명물인 소시지를 맛본다. 이 소시지의 이름이 바로 롱가니자다. 롱가니자는 닭고기, 소고기, 참치 등을 혼합해서 만든 것으로 필리핀 사람들이 아침식사로 선호하는 음식이다. 강한 마늘 향이 나고 짜고 신맛이 특징이다. 지역민들은 관광객들에게 롱가니자를 어떻게 만드는 지도 보여준다. 거리 댄스 경연은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이다.비간의 메스티조 구역에 위치한 칼레 크리솔로고에 도착하면,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도로는 자갈로 포장돼 있고 스페인의 영향을 받은 건물이 늘어서 있다. 그 중에도 비간 중심부의 ‘크리솔로고 거리(Mena Crisologo St.)’는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된 지역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운이 좋으면 말을 탄 카바예로(Caballero), 즉 기사를 만날 수 있다.비간은 또 항아리 제조 산업으로 유명하다. 단단하면서도 얇은 모양이 비간 항아리의 특징이다. 이 항아리는 사탕수수 식초, 바시 와인과 같은 토속 식품들을 발효시키는 데 사용된다. 필리핀 사람들은 “토속 음식을 비간에서 만든 항아리에 담지 않으면 그 맛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발루아테(Baluarte) 동물원은 비간의 또다른 명물이다. 이곳은 비간의 주지사였던 차빗 싱손이 그의 저택을 대중에게 공개한 것이다. 이 동물원은 동물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일종의 보호 구역이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동물도 있고, 깨끗하고 큰 우리에 가둬져 있는 동물도 있다. 독수리와 작은 새들을 만날 수 있으며 침팬지 같은 영장류도 있다. 이 동물원에는 알비노 스네이크나 이구아나 같은 파충류도 살고 있다. 사슴과 타조는 풀밭에서 방목한다. 아이들은 무료로 미니어처 말을 타고 동물원을 돌아다닐 수 있다. 발루아테에는 나비 정원도 마련해 두고 있다.바나워(Banawor)는 바나웨(Banaue)의 예전 명칭이다. 이 이름은 ‘빠르게 나는 밤의 새’에서 유래됐다. 스페인이 이 지역을 통과하면서 바나워에서 바나웨로 명칭이 변경됐다. 바나웨의 명물은 이푸가오 지역의 계단식 논이다. 바나웨의 계단식 논을 마주하면 숨이 멎을 듯한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층층을 더해 만들어진 경작지는 세계 8대 불가사의로 알려져 있으며 마치 비주얼 아트를 연상시키는 듯한 모습에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전망이 좋은 곳에서 계단식 논을 보게되면 웅장한 계단이 하늘에 이르는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계단식 논은 2000년 전 이푸가오 족에 의해 만들어졌다. 논에서 농부들이 벼를 한 포기 한 포기 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많은 논들이 아직도 경작되고 있긴 하지만 경작 방법이 너무 어려운 까닭에 소유주가 논을 팔아버린 경우도 종종 있다. 더 가혹한 현실은 산에 길을 내기 위해 흙을 논에 쏟아버린 탓에 논이 점점 평평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언젠가는 사람의 손이 빚은 이 놀라운 기적이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바나웨 임바야(Banaue Imbayah)는 4년마다 개최되는 3일간의 축제로 이푸가오 문화의 변천을 그리는 부족 퍼레이드와 바랑가이 참가자들이 벌이는 부족 게임으로 이뤄져 있다. 바나웨 임바야 축제는 ‘쌀로 만든 술’이라는 뜻의 ‘바야(Bayah)’와 ‘풍요’라는 뜻의 부마야(Bumayah)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는데, 전통과 역사에서 흘러나오는 풍요로움과 신들과 인간을 위한 축제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코딜레라 조각상 박물관은 코딜레라 지역 부족들의 전통 조각상들을 한 곳에 전시 해 둔 박물관이다. 특히 필리핀에서 불룰(Bulul), 즉 코딜레라 원주민들이 논을 지켜준다고 믿었던 신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박물관이다. 조각상뿐 아니라, 원주민들이 사용한 도구, 갑옷과 무기, 일상용품 등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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