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은 13일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 가인(街人) 김병로(1887~1964년) 선생의 서세 50주기 추모식에서 "사법부는 이 나라 전체를 수호하는 꺼지지 않는 등불이었던 가인 선생의 뜻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1층 대강당에서 열린 `가인 김병로 서세 50주기 추념식`에서 만해 한용운의 `알 수 없어요`라는 시의 한 구절인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법관은 오직 정의의 변호자가 됨으로써 3천만이 신뢰할 수 있는 사법의 권위를 세우는데 휴식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가인 선생의 생전 발언을 인용하며 "사법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가인 선생이 바라는 추모의 자세"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또 "계구신독(戒懼愼獨·늘 경계하고 두려워하며 홀로 있을 때에도 사리에 어긋남이 없도록 언동을 삼간다)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던 가인 선생은 법관으로서의 청렴하고 강직한 삶이 어떤 것인지 몸소 실천하셨다"며 "사법부 구성원 모두는 가인 선생의 큰 업적과 올곧은 정신을 되살려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추모식에 유족대표로 참석한 김종인 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은 "조부이신 김병로 선생은 국가에 기여하겠다는 신념으로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는 삶을 사셨다"며 "정의로운 법관이 진실을 추구할 때 국가는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추모사를 통해 "오늘날의 사법부 독립은 가인 선생의 노력이 없었다면 상상하기 어렵고, 선생이 사법 체계 확립과 법관의 사명감 고취에 기여한 공로 역시 더 없이 크다"며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우라는 법원처럼 항상 정의롭고 공정한 사법부가 될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역시 "가인 선생의 뜻과 달리 아직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고 법치주의가 이 땅에 제대로 스며들지 못한 부분이 남아 있다"며 "항상 국민을 바라 보셨던 가인 선생의 뜻을 이어 받아 법이 국민에게 기댈 언덕이 될 수 있도록 법의 문턱을 낮춰 누구든지 공평하게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양 대법원장, 황 장관, 박 법사위원장을 비롯해 황찬현 감사원장,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 서용교 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했으며 김 전 경제수석비서관 등 유족들과 전·현직 대법원장 및 대법관, 각급 법원장 등 법조계 인사들이 함께 했다. 대법원은 가인 김병로 서세 50주기를 맞아 이날 추모식을 시작으로 학술심포지엄, 특별전시회 등의 다양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가인 선생은 일제강점기 때 도산 안창호 선생과 의열단 사건 등에서 독립운동가를 위해 무료 변호를 펼치고 해방 후에는 사법부장(현 법무부 장관)과 초대 대법원장을 맡아 사법부 기틀을 세운 인물이다. 또 이승만 정권 시절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면서 3권 분립 원칙을 제도화하는 등 법조계에선 가장 존경받는 인사 중 한명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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