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元祖)의 비결은 상상력이다. 상상(想像)을 실천으로 옮기면 신화가 탄생한다. 가장 먼저 시작한 덕분에 오랫동안 1등 자리를 지킨다. 포드 자동차의 미국 시장 석권도 상상의 결과다. 포드는 1903년 포드 자동차를 설립한 후 항상 대량 생산 방안을 고민했다. 포드는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했다. "내 꿈은 자동차 대중화다. 한 가족이 모두 탈 수 있을 정도로 넓으면서도, 관리하기가 버거울 정도는 아니라야 한다. 가격도 웬만한 봉급생활자라면 감당할 수 있을만한 수준이라야 한다."마침내 꿈은 이뤄졌다. 포드 자동차는 1908년 T 모델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가격은 825달러에 불과했다. 이전 모델 판매가격은 1250달러였다. 가격이 34%나 저렴했다. 일반 노동자들도 구매하는 데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그 해 T 모델은 1만 대 이상 팔렸다. T 모델은 미국 자동차 시장을 석권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2대 중 1대는 T 모델이었다. 조립 라인과 분업을 통한 생산성 향상의 결과였다. 자동차 조립 공정을 84개로 쪼개 관리하자 생산성이 3배 이상 높아졌다. 지속적인 생산 비용 감축으로 판매가격도 계속 떨어졌다. 포드는 자신이 만든 신화에 도취했다. T 모델 하나면 충분하다고 여겼다. 그것은 포드의 생각일 뿐이었다. 후발 주자들은 포드 타도 전략을 고민했다. 후발 주자가 1등으로 올라서려면 상상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치밀한 분석과 계산이 필요하다. 상품과 시장의 본질은 물론 원조의 약점을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1등으로 올라설 수 있다. 제너럴 모터스(GM)는 통념을 깨트렸다. 다품종 전략으로 포드를 무너뜨렸다. 다양한 가격과 옵션을 갖춘 제품을 선보였다. 시보레, 폰티악, 올즈모빌, 뷕, 캐딜락 등 여러 브랜드를 동시에 내세웠다. 소비자들은 감탄했다. 자신들의 구매력과 취향에 맞춰 브랜드를 선택했다. 브랜드에 따라 고객군도 달랐다. 특정 브랜드 매출이 늘어난다고 해서 다른 브랜드 매출이 줄어드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GM의 매출은 쑥쑥 증가했다. GM은 무서운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키워나갔다. GM은 1930년대 초 포드를 추월했다. 2차 세계 대전 직후 GM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50%로 치솟은 반면 포드의 점유율은 20%로 추락했다. GM의 약진은 알프레드 슬론이 주도했다. 슬론은 1916년 GM 부사장으로 합류한 후 사장, 회장을 지내며 GM의 성장을 이끌었다. 그는 사람보다는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믿음을 가졌다. 그래서 뛰어난 조직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GM의 성공 비결은 `기술`이 아니라 `경영`이었다. 슬론은 분권형 조직을 만들었다. 자신의 직속으로 전체적인 관리 및 조정기구를 뒀지만 자회사 경영자에게 최대한의 권한을 부여했다. 책임 경영을 위해 독립채산제도 운영했다. 슬론은 시스템을 중시한 만큼 집단사고를 극도로 경계했다. 그는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의견이 모아지면 결론을 다음 회의로 미뤘다. 다른 목소리가 없다는 것은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공공부문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한 목소리로 공기업을 질타할 정도다. 방만 경영, 상식 밖의 조직 운영 등에 대한 개혁은 필수다. 공공부문의 막대한 부채 및 적자는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당연히 경영 효율을 높여야 한다. 공기업들은 급여인상분 반납, 자녀학자금 축소, 불필요한 자산 매각 등 다양한 경영 효율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방안이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면 공기업에 대한 압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주무 장관이 산하 공기업의 경영개선 방안을 직접 점검하겠다고 한다. 정부가 만족할만한 공공부문 개혁 방안이 나온다 해도 획기적인 부채 및 적자 감축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공공부문의 막대한 부채는 대부분 정부 정책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LH나 예금보험공사의 부채는 임대 주택 건설과 부실 금융회사 인수에서 비롯됐다. 공공부문 부채를 오로지 공기업 내부의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는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공기업 고유의 업무가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다 정상(正常)이 비정상화(非正常化)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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