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한국 가톨릭교회가 염원하던 세 번째 추기경이 드디어 탄생했다. 故 김수환 추기경, 정진석 추기경에 이어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가 새 추기경으로 선임된 것이다. 바티칸 교황청이 주일인 지난 12일 밤 염수정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지명하자 한국 교회는 `일요일 밤의 선물`이라며 크게 환영하고 있다. 바타칸 교황청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모두 19명의 추기경이 새로 지명된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우, 정진석 추기경과 함께 2인의 추기경 시대를 5년 만에 다시 열게 된 것이다. 이번 추기경 지명은 한국과 한국 교회가 세계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재차 확인하는 의미가 매우크다고 하겠다. 염수정 신임 추기경은 18세기 서학을 통해 스스로 신앙을 받아들였던 한국 천주교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인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큰 인물이다. 그는 암울했던 한국 교회 초기 때 박해를 피해 첩첩산중을 정처없이 떠돌며 옹기와 숯을 구우며 신앙을 지켜 온 집안 출신이다. 염추기경의 형제들은 한국교회 역사상 첫 삼형제 신부이기도 하다. 그는 고 김수환 추기경의 유지를 잇는 옹기장학회와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 이사장도 맡고 있다. 염수정 추기경에게는 커다란 과제가 주어져 있다. 개발도상국 단계를 지나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한국 사회에서 종교가 지닌 빛과 소금의 역할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추기경 지명은 가난하고 소외 받은 사람들과 더 많이 함께하는 교회가 되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염수정 추기경은 중도 보수 성향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사제의 정치 개입에 대해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따라서 빈자들에 대한 관심을 교회의 핵심 과제로 보는 교황청의 시각과 틈을 좁혀가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길 바라고 있다.  故 김수환 추기경이 두루 사랑과 존경을 받은 것은 낮은 곳에서 사랑을 실천했던 특유의 삶 때문이었다. 염수정 추기경에게 주어진 과제는 보수와 진보에 편향됨이 없는 낮은 사랑의 실천에 있다고 하겠다. 한국 사회의 고질인 이념적 높은 벽을 허물면서  좌우를 통 크게 아우를 수 있는 종교 지도자가 되어 주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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