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워런트증권(ELW) 특혜제공 혐의로 기소된 증권사 대표들의 무죄가 확정됐지만, 규제 완화가 단행되지 않는 한 ELW 시장의 침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LW란 특정 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예정된 시점에 사거나 팔 수 있도록 권리를 갖는 유가증권을 말한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지난 16일 ELW 스캘퍼(scalper·초단타 매매자)에게 일반 투자자들은 접근할 수 없는 전용 시스템을 제공해 신속하게 주문을 처리하도록 특혜를 제공한 혐의(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로 기소된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전 현대증권 대표)과 박선무 현대증권 IT본부장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판결을 두고 "예견된 일"이라면서도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기가 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반응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최창규 연구원은 "1, 2심 재판부도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항소심에서 판결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사법부의 판결과 시장 현실은 다르기 때문에 침체된 ELW 시장은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ELW시장은 한때 세계 3위 시장으로 올라설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기도 했으나 2011년 증권사들이 스캘퍼들에게 특혜제공 등 불공정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후 추락하기 시작했다.
또 금융당국이 ▲기본예탁금 부과(ELW에 투자 시 1500만원 부과) ▲증권사별 월 1회 이내의 ELW 종목 발행 제한 ▲스캘퍼 전용회선 특혜 제한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 제출 제한 등의 고강도 규제를 추진하면서 시장은 더욱 쪼그라들었다.
실제로 ELW 발행은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ELW 발행 종목 수는 752개, 발행금액은 34억1761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발행 종목은 251개(33.37%), 발행 금액은 6억7244만원(12.96%) 줄어든 규모다. 전년 12월과 비교해서는 각각 44.13%, 27% 감소했다.
증권업계와 한국거래소 측은 고사 위기에 처한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사의 ELW 담당자는 "업계에서는 스캘퍼 특혜제공 혐의로 기소된 증권사 대표들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은 만큼 `우리는 죄가 없지 않는가. 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해도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 보호 명목으로 막고 있다"고 호소했다.
거래소는 현행 LP호가제한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P호가제한제도는 LP의 매수·매도호가 스프레드(매수·매도호가 차이)를 8~15%로 벌리고 시장의 스프레드가 15% 미만인 경우 호가제출을 금지하는 제도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 개설자로서 현재의 비정상적인 ELW 시장 상황을 금융위원회 측에 보고하고 있다"며 "규제 개선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전달할 뿐 구체적으로 논의가 진행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측은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 2일 증시 개장식에서 "파생상품시장을 활성화하고 기존 파생상품시장 규제도 합리화 하겠다"고 밝힌 만큼 금융당국이 ELW 시장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당국인 금융위가 제도 개편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규제 완화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은 지켜보고 있지만 규제 완화 필요성은 크게 느끼지 않는다"다며 "워낙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고, ELW 개인투자자 손실 피해에 대한 구조적 해소 방안이 마련된다면 이후에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