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내 농촌지역 병원의 간호 인력 부족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연말연시 농한기를 맞아 병원을 찾는 농촌 고령 환자들이 크게 늘고 있지만 간호사 부족은 여전해 의료서비스 부실은 무론 의료공백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안동시 소재 한 병원. 입원환자가 하루 평균 950여명인 이 병원은 농촌 노인들을 포함한 외래환자도 하루 평균 1600~1800여명에 이른다. 간호사 380여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3교대로 돌보기에는 환자가 너무 많다. 간호사 1명당 환자수가 6명 이상으로 간호등급은 최하인 7등급일 수 밖에 없다. 간호조무사 100여명이 있지만 역부족이다. 급한대로 다음달 간호사 80여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계획대로 채용인원을 다 채울 수 있을지, 채운다 해도 이들이 몇 달을 버텨줄지 의문이다.  안동의 또 다른 대형 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간호사 195명이 필요하지만 현재 160여명 뿐이다. 병상 100여개를 놀린 지 오래됐다. 간호등급 역시 최하인 6~7등급을 오르내린다. 3교대로 운영하지만 간호사들은 업무 피로도가 최고조라고 호소한다. 병원 관계자는 "간호사를 신규 채용해도 3개월을 못 버티고 그만 둔다. 임금, 복지 등의 문제도 있겠지만 어려운 일을 기피하는 세대라 더욱 그렇다. 100명을 채용할 경우 3개월 후면 10여명만 남는다"며 한숨부터 내쉰다.지역 병원중 규모가 큰 병원들은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해 시행중이다.간호대학 재학생들에게 1년간 장학금을 주고 있다. 채용 후에는 기숙사와 출,퇴근 버스까지 제공한다. 그러나 큰 효과는 없다. 졸업후 병원에서 조금 근무하다 대도시나 대형병원 등으로 떠나간다. 출산과 육아 과정에서 생기는 근무에 대한 부담으로 5~7년차 경력자들이 직업 자체를 포기하고 떠나기도 한다. 결국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연령대는 적고 1~2년차 신규 간호사와 40~50대 간호사만 많은 기형적인 인력 구조로 변화됐다.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국가정책 기관으로 선정되고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병원도 있다.안동의료원은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가 국비 100억원을 들여 시행중인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에 선정됐다. `보호자 없는 병원`이란 간호사가 간병인을 대신해 입원 환자를 돌보고 해당 간호사의 임금과 운영비를 국가에서 제공하는 제도이다. 간병인을 별도로 구할 필요가 없어 번거로움과 환자 부담이 대폭 감소한다. 안동 시민들의 기대도 컸다. 안동의료원은 그러나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지정된 지 한달 뒤인 8월에야 겨우 13병상 만으로 문을 열었다. 당초 계회서에는 100병상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환자 수요도 충분했다. 하지만 5개월이 경과한 지금도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여전히 13병상 그대로다. 의료원 관계자는 "맘 같아서는 법인 병원들처럼 재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해서라도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간호 인력을 사전에 충분히 확보하고 싶지만 공공의료기관 특성상 불가능하다"고 호소한다. 인구가 5만명도 않되는 군 단위 병원의 간호사 구인난은 더욱 심각하다. 청송군의 한 병원은 병상 49개를 운영한다. 간호사 7명이 근무한다. 관리 1명을 제외하고 6명이 3교대하면 실제로 간호사 2명이 입원환자와 외래환자까지 전담해야 한다. 간호등급은 최하인 7등급을 벗어나보지 못했다. 간호사 모집공고를 내면 3개월 뒤 한명이 지원서를 낸다. 그러나 채용은 없다. 숙소를 제공한다고 해도 교통문제 등을 내세워 `힘들겠다`며 발길을 돌린다. 영양군의 한 병원은 3년 전부터 병원 앞에 `간호사 신규 채용`이란 플래카드를 줄곧 걸어 놓고 있다. 그러나 아직 단 1명도 채용실적이 없다. 지난 1년 동안은 지원서조차 구경하지 못했다. 간호등급은 개원 당시인 7년 전부터 최하인 7등급이다. 현재 간호사가 4명뿐 이어서 최소 3명이 더 필요하다. 언제 채울 지, 아니 채울 수나 있는 것인지 모를 일이라고 병원관계자는 전한다. 대도시나 대학병원은 사정이 다르다. 인구가 43만명을 웃도는 인근 구미시만해도 그렇다. 순천향대학교 구미병원은 지난해 간호사 채용때 지원율이 4대1을 넘었다. 간호등급 3등급으로 간호사 300여명이 400병상 환자들과 외래환자를 돌보고 있다. 간호사 280여명인 인근 차의과학대학교 구미병원도 간호등급 3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간호사 1명이 환자 3~3.5명을 돌보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간호사 채용 경쟁률은 3대1을 기록했다. 이들 대도시 병원, 특히 대학병원들은 급여와 근무여건이 농촌에 비해 비교적 좋다. 대도시라는 이점까지 있어 인근 경운대, 김천대는 물론 대구지역 간호학과 졸업생들까지 몰려 경쟁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같은 대도시 병원 현실은 농촌지역 병원들에게 꿈같은 이야기다. 안동 지역 한 병원 관계자는 지역 병원 현실을 이렇게 요약했다. "연말연시 농한기에다 날씨가 추워지면 농촌 병원에는 고령 환자가 증가한다. 환자가 늘면 간호사들의 일이 늘어난다. 간호사들은 일이 많아 힘들다며 그만 둔다. 따라서 간호사가 적은 농촌지역 병원의 간호사 수는 더욱 적어진다. 악순환의 연속이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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