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3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금융당국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다. 정부는 유출된 정보의 추가 유통을 차단했다고 호언했지만 실제 상황은 많이 다르다. 개인정보 브로커가 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 등 3개 카드사의 카드번호와 유효기간까지 포함된 개인정보를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하니 이 무슨 소린가. 금융위원회는 “KB카드의 경우 당초 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이 유출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렇다면 확인된 개인정보는 어디에서 너온 것인가. 알려진 내용이 애초 잘못된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사실이라면 금감위의 말이 맞다하더라도 다른 유출사건이 있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카드 개인정보가 시중에 유포되지 않았다는 것도 현재로서는 단정짓기 힘든다고 하겠다. 검찰의 말은 금융당국의 말처럼 단정적이지 않다. 대검은 “수사기법상 유포한 정황이 없다는 게 지금까지의 결론”이라고 밝혔다. 추가 유출이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는 조심스런 태도다.
2차 유출 의혹을 부인만 할 상황이 아니다. 만에 하나 털린 개인정보가 시중에 유통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정밀한 대책을 세우는 게 금융당국의 올바른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카드사도 이에 적극 대처해야 할 것이다. 검찰수사 전까지 개인정보가 유출됐는지도 몰랐던 카드사는 고객 불만을 틀어막기에 급급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개인정보 불법 유통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달에는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한다.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출된 개인정보가 신용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을 막는 일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이다. 국민을 안심만 시키고자 해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지 않은가. 유출된 개인정보의 상세 내역을 재검점하고, 유통되는 정보 내용을 하나하나 분석하면서 진상을 제대로 밝히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범인의 진술에만 의존해선 결코 안 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며칠전 “어리석은 사람이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 “금융소비자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이 어던 시긴데 그런 푸념이나 늘어놓을 때인가. 경제부서 총책인 경제부총리가 할 수 있는 말인가. 국민 신용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정부측과 금융당국 책임자는 모두 그 자리에 더 머물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