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네팔, 인도, 몽골, 러시아 등 전세계 오지의 교육현장을 누비며 진두지휘하는 교사가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정애경 서울 국제고 교사.정 교사는 한마디로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결단력있게 추진하는 `여자 대장부`였다. 30년 넘게 교직에 몸담고 있는 그는 2010년 교사들과 함께 만드는 NGO단체 세계시민교육연구소를 세워 이끌고 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 교원봉사단과 함께 네팔에 다녀온 정 교사를 만난곳은 서울교육청 본관 앞.
짧은 컷트머리에 편안한 옷차림으로 나타난 정 교사는 `교단 위에 선 선생님`의 모습보다 `탐험가`의 모습에 더 가까웠다.
잔잔했던 그의 삶에 큰 파장이 일게 된 것은 2002년 몽골 고비사막으로 `나무심기 환경운동`을 떠나게 된 이후부터였다.
"대학시절부터 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아 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교사의 길로 접어들게 됐죠. 우연히 몽골로 봉사활동을 가게 됐는데 사막화를 막기 위해 베이징에서 자전거만 타고 몽골에 가는 거였어요. 전 세계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힘을 모은다는 것이 제 인생에 크게 와닿게 됐죠."
NGO대학원의 문을 두드린 것도 그때부터다. 정 교사는 자원봉사 활동영역을 전 세계로 넓히고 싶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국제활동이 활발했던 때가 아니었기 때문에 스스로 일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8년간 정 교사는 전 세계 오지를 누볐다. 한 기관의 학생 해외자원봉사단 인솔교사를 맡으면서 교육환경이 열악한 곳을 찾아다니며 수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아프리카 케냐에 대학원 인턴 과정으로 머물다가 말라리아에 걸려 죽을 뻔 한적도 있었지만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위기의 순간은 다른 데에서 찾아왔다. 그는 "학생 해외자원봉사단 활동이 마치 쳇바퀴 돌 듯 이뤄지면서 2010년에 와서는 소모적인 자원봉사가 돼버렸다"며 "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생각의 시간은 곧바로 실천으로 이어졌다. 정 교사는 아무런 의욕이 없던 개발도상국 교사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당장 `공교육 위기` 등으로 자리를 떠나던 정 교사 주변의 교사들에게도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었어요. 공교육이 무너지는 원인 중 하나가 교사들의 좌절에도 있다고 생각했죠. 개발도상국에서 만난 교사들의 모습도 참 안타까웠어요. 내 주변의 교사들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 교사들에게 도 기운을 줄 수 있는 일을 생각했어요.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이를 계기로 2010년 세계시민교육연구소가 세워졌다. 정 교사는 의견을 같이한 교사 13명과 단체를 꾸려나갔다. 3년 동안 후원없이 오로지 자비를 들여 매년 한 번씩 네팔에 나갔다. 교육 공동체였기 때문에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 학부모 등도 함께 참여했다.
그는 "현장에 나간 학생들과 교사가 서로의 관점으로 이해하게 됐고, 신뢰관계가 더욱 좋아졌다"며 "교사들은 자신감을 얻었고, 학생들은 자신의 꿈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자랑했다.
그러던 중 서울시교육청의 제안을 받고 협력사업을 진행, 지난 3일부터 13일까지 교원봉사단 19명과 함께 네팔에 다녀왔다. 교원봉사단은 신청자 중 1·2차 면접을 통해 선정된 교사들이다. 이들은 엄홍길휴먼재단이 건립한 휴먼스쿨 껄레리중학교에서 네팔 교사들의 교육역량개발을 위한 합동워크숍, 협력수업, 문화교류 봉사 등을 진행했다.
정 교사는 그동안 자신이 한 일을 `봉사`로 규정하는 것을 꺼려했다.
"교육은 불평등한 것을 평등하게 만드는 유일한 자원이에요. 그런 점에서 난 교사였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았죠. 교육현장을 다니면서 전문적인 역량을 나누기도 하고, 그들로부터 배우기도 했어요. 봉사는 그저 우리 자신이자 삶이죠. 모든 인류를 평등한 관계로 설정하는 것이 봉사의 완결판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