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대학총장추천제와 수시지원서 접수 등을 골자로 한 공개채용 개편안을 시도해보지도 못하고 2주 만에 전면 유보하고 말았다. 삼성이 각 대학에 차등 배분한 총장추천 가능인원을 두고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발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삼성이 대학을 서열화 한다는 것과 호남과 여대를 차별한다는 것이다. 대학총장추천제는 전국의 200개 대학 총·학장으로부터 추천받은 5000명에 대해 서류전형 없이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치룰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지역균형 발전과 대학 서열화 폐지가 사회적 흐름이란 측면에서 보면 삼성의 이런 시도가 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고시라 불리는 삼성 대졸 공채에 해마다 20만 명이 몰리고, 수십만 원씩 수강료를 받고 SSAT를 가르치는 전문학원이 등장했는가 하면 관련 수험서만 300종을 넘는 게 현실이다. 삼성도 이 같은 사회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년만에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대폭 개편한 것이라고 했다. 기업의 인재 채용 방식은 사실 기업의 고유권한이다. 정치권이나 사회단체 등에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좋은 사람을 뽑아 제대로 이용하는 것은 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 할 수 있다.
현재 대졸자 약 100만명이 과잉공급 상태로 대졸취업난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은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인 딱한 실정이다. 이는 대학이 기업의 요구가 아닌 대학 중심의 교육 훈련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학과 기업의 미스매치로 40만개의 일자리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고 할 수 있다. 삼성이 대학별 추천인을 할당함에 있어 삼성과 산학협력을 진행 중인 대학에 가중치를 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삼성의 공개채용 개편 방안은 고비용 저효율의 공채구조 개혁과 청년실업 해소, 대학교육 내실화, 지방대에 대한 기회 확대 등 다중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권장하고 환영할 만한 제도임이 분명하다 하겠다. 특히 총장추천제의 경우 총장 추천인원을 대학정원에 비례해 배정하고, SSAT 면제나 가선점 부여 등 일부 문제점을 보완해 다시 시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