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민등록번호를 과도하게 수집하고 활용되는 관행을 개선할 대안 찾기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지난달 27일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일단 관계자 회의에서 우선 금융·부동산거래 등 꼭 필요한 분야가 아니면 주민등록번호 요구를 못하도록 하겠다는 기본 방침은 정해졌다. 인터넷상이든 아니든 주민등록번호 제공을 요구하면 국민의 97.2%가 불쾌감을 느낀다는 보고에서 나타나듯이, 이같은 조치는 늦었다고 판단은 되지만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주민등록번호 대체수단으로 일단 운전면허번호, 여권번호, 아이핀(i-PIN)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사태에서 보듯이 문제의 핵심은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한 타인이 나 자신인 것처럼 행세해 감당하기 힘든 경제적·법적 피해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실재하는데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운전면허번호나 여권번호 등도 마찬가지 부작용과 우려를 낳지는 않을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아이핀의 경우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가입·발급 과정이 복잡하고 번거롭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인터넷에서 활용하는데 오류가 잦다고 호소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완벽하다고 할 순 없다.
1968년 겨울 북한 124군부대의 청와대 습격사건 때문에 간첩·불순분자 색출을 목적으로 탄생한 주민등록번호는 출생신고를 하면서 부여받은 열세 자리의 고유번호가 사망할 때까지 숫자 하나도 바꿀 수 없다는 점에서 취약성이 있다. 우리처럼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미국에서는 사회보장번호가 그 역할을 하지만, 본인이 원하면 사회보장번호를 바꿔주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독일은 숫자로 나열되는 개인 식별번호 자체가 없으며, 신분증도 10년마다 갱신해준다는 것이다. 외국의 사례를 잘 검토해 장점은 적극 수용하는 태도도 견지해야 마땅하다.
국민 편의증진 차원에서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가능하게 하거나 이 제도 자체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도 검토 대상에서 제외시켜선 안 될 것이다. 아울러 정부가 밝힌 대로 설 연휴 기간은 물론,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강력하게 제한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이 발효되는 8월까지 개인정보 불법유통 브로커 등을 단속하는데 어떠한 소홀함도 있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