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예비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두고 새누리당 내에서 중진 의원들이 나서야 한다는 이른바 `중진 차출론`이 또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도권 민주당 출신 현역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지지율이 견고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빨간불`이 켜지자 당내에서 경쟁력 있는 중진들의 전면 등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차출 대상으로는 황우여, 정몽준, 남경필 의원이 공식 석상에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정 의원이 전향적 검토 의견을 밝힌 것과 달리 황우여, 남경필 의원은 부정적인 의사를 밝히면서 중진 차출론이 현실화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중진들이 잇따라 차출될 경우 재보선을 치러야 하는 만큼 과반을 겨우 웃도는 원내 의석(155석)도 부담이다.
◇심재철 "황우여·정몽준·남경필 지방선거 나서야"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내일이 예비후보 등록 시작인데 우리는 서울, 경기, 인천에 안개가 많이 껴 있다"며 "수도권은 상징성 때문에 절대 져서는 안 되는 곳으로 필승 후보 중진들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경쟁력 있는 중진은 당으로부터 받은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며 "경쟁력있는 중진은 정몽준 의원과 남경필 의원, 황우여 대표"라고 실명을 거론했다. 지금까지 중진 차출론이 당 안팎에서 거론되기는 했지만 공식회의에서 실명이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황 대표는 인천시장에, 남 의원은 경기도지사에, 정 의원은 서울시장에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심 의원은 "황 대표는 당 대표인 만큼 헌신적 노력을 먼저 보이면서 다른 분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며 "개인적 구상들이 있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박근혜 정부의 추동력을 강화하고 정국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선공후사(先公後私) 정신을 강조했다.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 역시 이날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당이 어려우면 당의 중진, 다선 의원 또는 대중적인 인기가 있는 많은 원로 인재를 최대한 가동하고 동원하는데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된다. 당이 적극 나서야 된다"고 중진 차출론에 힘을 실었다.
◇정몽준, 14일 전후 출마 여부 확정할 듯
최근 홍문종 사무총장으로부터 서울시장 출마를 권유받은 정 의원은 오는 14일을 전후로 출마 의사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당초 `불출마` 입장을 밝혔던 것과 달리 열흘간 미국에서 블룸버그 뉴욕시장을 만난 후로 서울시장 출마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그는 미국을 방문한 뒤 이날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면서 "당이 공식 요청하면 너무 늦기전에 필요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출마를 결심하는데 어떤 장애가 있느냐"는 질문에 "아무런 장애가 없다"고 답해 사실상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해석된다. 정 의원은 의사결정 시기에 대해서는 "곧 정월대보름이 오는데 둥근 달을 바라보면서 생각을 하겠다"고 답했다. 사실상 오는 14일 전후로 출마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힐 것으로 풀이된다.
◇황우여·남경필, 중진차출론 `부정적`
다만 황우여 대표와 남경필 의원은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현재 황 대표는 인천시장보다는 국회의장에, 남 의원은 경기도지사보다는 원내대표 출마에 뜻을 두고 있다. 황 대표는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누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은 민주적인 발상이 아니라고 본다"며 "공정하게 민주적으로 투명하게 당헌당규에 의해 또박또박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 맞다"고 일축했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권유 받은 남경필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아직까지는 출마생각도, 준비도 해본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당 차원에서 거듭 요청이 들어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질문에는 "추후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황 대표는 현역 의원들이 지방선거에 출마할 경우 재·보선을 치러야 하는 만큼 차출론에 신중한 태도를 요구한 바 있다. 황 대표는 최근 뉴시스와 만나 "현역을 자꾸 뽑으면 재·보궐 선거를 해야 한다"며 "155석밖에 안 되는데 잘못하면 다수당도 잃는다. 그렇게 위험한 일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