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경영권을 양도하는 대가로 거액을 주고받더라도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배임수재와 배임증재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은 사립학교 법인인 영월 석정학원의 경영권을 수십억원에 사고판 혐의(배임수·증재 등)로 기소된 양모(81·여)씨와 박모(62)씨에 대해 각각 징역 1년과 추징금 8억2500만원, 징역 1년6월과 추징금 9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학교법인 운영권 이전에 상응하는 금전을 주고받는 계약을 제한·금지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는 이상 학교법인 운영권의 양도 및 양도대금의 수수 등으로 인해 향후 학교법인의 기본재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거나 건전한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추상적 위험성만으로는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학교법인 임원 선임의 대가로 양도대금을 주고받는 `청탁`이 있었더라도 그 내용이 학교법인 설립 목적과 다르게 기본재산을 매수하여 사용하려는 것으로서 학교법인 존립에 중대한 위협을 초래할 것임이 명백하지 않는 이상 배임수재죄의 구성요건인 `부정한 청탁`에 해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양씨와 박씨가 석정학원의 기본재산인 학교 부지 및 건물의 소유권을 처분한 것이 아니라 박씨가 석정학원을 계속 운영한다는 합의 아래 운영권 자체를 양도했으므로 석정학원의 설립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기본재산을 매수해 사용하려는 의도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실제로 이사장 변경 후 학교 운영 이외에 다른 목적으로 석정학원을 운영했다는 사정이 없어 양씨가 박씨로부터 이사장 선임 청탁을 받고 양도대금을 수령했다고 하더라도 `부정한 청탁`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석정학원 전 이사장인 양씨는 지난 2009년 박씨로부터 석정학원 이사장으로 선출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16억5000만원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 역시 경영권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거액의 현금과 수표를 건넨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1,2심 재판부는 "대가를 받고 관리운영권을 양도하는 것은 비영리 재단법인인 학교법인의 본질과 상충한다"며 "공교육을 담당하는 피고인들의 이같은 행위는 청렴함과 도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양 전 이사장에게 징역 1년, 추징금 8억2500만원을, 박씨에게는 징역 1년6월과 추징금 9000만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