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브라질·미국 전지훈련을 모두 마친 가운데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누가 거머쥘 것인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총체적 부실을 드러낸 가운데 옥석 가리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홍명보(45)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일 오전 7시(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의 스텁헙 센터에서 열린 미국과의 A매치 평가전(0-2 패)을 끝으로 모든 전지 훈련 일정을 끝냈다. 지난달 13일 브라질월드컵 본선이 열리는 브라질의 이구아수로 전지훈련을 떠난 것을 시작으로 3주 간의 브라질·미국 전지훈련을 모두 소화한 홍명보 감독의 머릿속에는 적지 않은 고민이 남게 됐다. 이번 전지훈련은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선수들이 장시간 손발을 맞춰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자 본선에서의 경쟁력을 시험해보는 자리였다. 홍 감독은 전지훈련 기간 중 코스타리카(1월26일)·멕시코(1월30일)·미국(2일)으로 이어지는 북미 원정 3연전평가전을 통해 옥석 가리기에 나설 전망이었다. 각 리그 일정에 따라 유럽파 선수들이 합류하지 못했지만 국내 K리거와 일본 J리거 위주로 23명을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시켜 본선 가능성을 저울질했다. 계속해서 이동하면서 치러야 하는 본선에서의 조별리그 3경기를 대비해 그와 비슷한 상황을 만들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3차례의 평가전을 통해 역으로 해외파의 필요성만 뚜렷이 각인됐다. 해외파와 호흡을 맞춰 시너지 효과를 낼 선수들을 골라내겠다던 홍 감독의 계획은 크게 벗어났다. 홍 감독의 부름을 받았던 선수들은 3경기를 통해 누구를 넣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넣지 말아야 하는지의 고민을 남겼다. 홍 감독은 성적에 부담이 없는 평가전인 만큼 그동안 고수하던 4-2-3-1 포메이션에서 벗어나 4-4-2를 꺼내들었다. 보다 공격적인 투톱 카드를 시험했지만 약점만 노출했다. 홍 감독은 3차례의 평가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았던 이근호(상주)를 보다 전진 배치시켜 최전방 공격수 김신욱(울산)과의 투톱 가능성을 타진했다. 원 소속팀 울산에서 `빅 앤드 스몰` 조합으로 파괴력을 과시한 바 있는 김신욱-이근호는 코스타리카·멕시코·미국 경기에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며 홍 감독으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홍 감독이 기대했던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마침표 대신 물음표를 안겼다. 필요할 때 넣어줄 대형 공격수의 부재만을 절감했다. 벤치를 전전하다가 최근 왓포드로 임대 이적한 박주영(29)의 대표팀 복귀가 크게 힘을 받았다. 김신욱-이근호 투톱은 3경기에서 고작 1골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코스타리카전에서 터뜨린 김신욱의 골이 대표팀의 처음이자 마지막 골이었다. 그나마도 김신욱의 골은 이근호가 아닌 고요한이 도왔다. 김신욱은 장기인 공중볼 싸움은 물론 과감한 중거리 슈팅 등을 시도하며 발 기술을 선보였지만 결정력이 떨어졌다. 머리에 갖다대기는 해도 유효슈팅과는 거리가 멀었고, 상대 수비를 이끌어내며 공간을 창출하는 능력도 부족했다. 3경기 내내 중앙과 측면을 활발히 오간 이근호는 빠른 발과 드리블 실력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차단 당하기 일쑤였다. 예전에 자랑했던 김신욱과의 호흡은 보여주지 못했다. 유독 단독 플레이가 눈에 띄었다. 전방에서의 김신욱과 이근호가 무딘 공격을 펼친 이유는 사라진 중원 미드필더와도 관련이 깊다. 중앙에서 패스 줄기 역할을 할 인물이 없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기성용(25·선더랜드)의 짝으로만 나섰던 박종우(25·부산)는 중앙 미드필더로서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고 수비에만 급급했다. 이명주(24·포항)·이호(30·상주)와 파트너를 바꿔가며 테스트를 받았지만 무리한 태클만 남발했을 뿐 전방으로 공을 뿌려주지 못했다. 물론 4-2-3-1 과 4-4-2에서의 중앙 미드필더 역할은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박종우는 경기를 조율하는 능력보다 수비에 무게감을 두면서 기성용의 파트너 역할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표팀 주전 센터백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와 김영권(24·광저우 에버그란데)이 빠진 2명의 중앙 수비수는 두 선수의 빈 자리만 크게 느끼게 했다. 강민수(28·울산)와 김기희(25·전북)가 두 차례, 김주영(26·서울)과 김기희가 한 차례씩 중앙 수비를 맡았지만 어느 조합이든 든든한 맛이 없었다. 멕시코전 0-4 대패, 미국전 0-2 패배 모두 직간접적으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며 한계를 노출했다. 계속해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골키퍼 자리도 안갯속인 것은 마찬가지다. 대안으로 떠오른 김승규(24·울산)가 멕시코전에서 4골을 내준 가운데 정성룡(29·수원)도 이날 미국전에서 2실점하며 우위를 가늠할 수 없게 됐다. 홍 감독이 이미 80%의 최종 엔트리 구상은 끝났다고 말할 만큼 국내파들이 설 자리는 그다지 많지 않다. 박주영의 복귀 여부에 따라 최전방 공격수 자리만 가변적인 상태다. 중앙 미드필더에서의 기성용의 짝궁 자리, 김진수(22·알비렉스 니가타)-홍정호-김영권-이용(28·울산)으로 이어지는 포백 라인의 대체 자원 정도만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전지 훈련 기간 동안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했어야 할 국내파들은 누구 한 명도 시원하게 홍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지 못했다. 수비에 무게를 둔 측면에서 박종우만이 월드컵 본선행의 승선 가능성을 알렸지만 이마저도 확신이 들 정도는 아니다. 이번 전지훈련 기간 동안 전폭적인 신뢰를 얻었던 김신욱과 이근호 공격수 조합은 유럽파 합류에 따라 다른 카드로 활용될 공산이 커졌다. 홍 감독이 오는 3월6일 예정된 그리스와의 원정 평가전에서 100% 정예 멤버를 내세우겠다고 다짐한 만큼 브라질행 티켓의 주인공의 윤곽은 한 달 뒤 가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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