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저께 열린 제2차 관광진흥확대회의에서 나온 국내관광 활성화 대책은 새로운 시책이 담겨 일단 눈길은 끌었다고 하겠다. 봄가을 두 차례에 걸쳐 11일 정도의 `관광주간`을 선포해 `내나라 여행가기 캠페인`을 펴는가 하면 중견기업 이하 직장인 1인당 10만 원씩의 휴가비를 정부가 얹어주겠다는 것이다. 이 관광주간에는 열차·숙박요금도 깎아주겠다는 내용도 있다. 연간 국내관광 소비액 30조 원을 달성하기 위해 국내 관광지로 좀 놀러 다니라고 정부가 독려하겠다고 했다.
우선 관광주간의 경우 봄철에는 5월 1일부터 11일까지, 가을철은 9월 25일부터 10월 5일까지 각각 11일씩 정해 선포하겠다는 게 문화체육관광부의 발표다. 휴일로 정해진 국경일과 근로자의날 등 각종 기념일이 끼어 있으니 실제 효과를 내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여긴 듯하다. 여름철 휴가기간에만 몰리는 관광수요를 분산시키겠다며 정한 이 관광주간은 사실 관광 비수기가 아니라 성수기에 해당된다. 매년 이 시기에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전국의 관광지에서는 성수기 요금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주말을 이용한 단기여행이 아니라 열흘 가까이 장기여행을 떠나라는 게 입안을 한 문화부 의도인 듯한데, 이 시기는 또 중·고교생들이 1·2학기 중간고사를 치르거나 코앞에 둔 시기이다. 상급학교 진학에 내신성적이 중요하게 반영되는 요즘 현실을 볼 때 시험을 앞둔 자녀를 데리고 또는 놔두고 여행을 떠날 강심장을 가진 학부모가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다.
철도요금 할인은 공기업인 코레일에게 대통령의 의지를 강조하면 합의가 가능하겠지만, 대부분 민간이 운영하는 숙박업소 요금의 경우 업주들이 모른 척하면 그만이다. 강력한 행정지도를 편다 해도 얼마나 먹힐지 장담하기 힘들다. 근로자 1인당 10만 원씩 지원해준다는 휴가비도 예산 부족으로 올해는 3500명 지원에 그치는 시범사업인데다 중·장기적으로는 정부 지원이 사라질 것이라고 하니 생색내기용 시책이라고 해도 할말이 없게 생겼다.
무엇보다 큰 장애는 국내여행을 가기 위해 눈치 보지 않고 한해 20일 가까이 휴가계를 낼 수 있는 직장이 몇이나 되겠나 하는 점이다. 아직도 휴가는 곧 노는 것이고, 노는 것을 죄악시하는 게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풍토다. 국내관광을 활성화해 관광경쟁력 15위권의 나라로 도약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인 제약을 간과한 것 같아 효과가 날지 의문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