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20세기 구 소비에트연방(소련) 시절부터 명실상부한 스포츠 강국이었다. 하계올림픽에서 6차례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독립국가연합으로 출전했던 1992년 바르셀로나대회까지 더하면 7회다.
동계올림픽에서도 스포츠 강국의 위용은 여전했다. 2010년 밴쿠버대회까지 총 21회 동계올림픽에서 8차례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소련 시절에 7차례 차지했고, 러시아로 출전한 1994년 릴레함메르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후에도 꾸준히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2010년 밴쿠버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5개, 동메달 7개로 종합순위에서 11위로 처져 자존심을 잔뜩 구겼다.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소치 대회에서 자존심 회복은 물론 내친김에 종합우승까지 노려보겠다는 기세다.
국내 팬들에게 가장 눈길을 끄는 선수는 쇼트트랙 황제로 명성을 날렸던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다. 스포츠 강국 러시아의 부활에 있어 안현수의 존재가 절대적이다.
안현수는 2006년 토리노대회에서 남자 1000m와 1500m, 5000m 계주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500m에서도 동메달을 목에 걸어 쇼트트랙 역사상 유일하게 전 종목 시상대에 섰다.
태극마크를 달았던 시절 이야기다. 지금은 러시아 국가대표다.
밴쿠버대회를 앞두고 부상과 대한빙상경기연맹과의 불화 등 악재 속에서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고 이듬해 소속팀인 성남시청까지 해체되는 고난까지 겪었다.
결국 안현수는 깊은 고민 끝에 러시아 국적을 취득해 `빅토르 안`이라는 이름으로 러시아 국기를 가슴에 달았다.
그는 지난달 20일 끝난 유럽선수권대회에서 500m, 1000m, 3000m, 5000m계주를 모두 석권했다. 전성기 모습을 되찾았다는 평가를 듣는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러시아 올림픽 메달 희망 10`에 안현수를 포함했다. 한국의 금메달 밭으로 여겨졌던 쇼트트랙에서 러시아의 강세가 예상되는 배경이다.
이밖에 토리노대회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예브게니 플루셴코(32), 스피드스케이팅의 이반 스코브레프(31) 등도 기대를 모으는 금메달 후보다.
동계 종목에서 유일한 구기 종목인 러시아 아이스하키도 캐나다와 금메달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다. 홈 이점을 안고 뛸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종합우승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미국의 스포츠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러시아가 금메달 9개를 획득해 4위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계종목 전통의 강호 노르웨이를 비롯해 미국, 캐나다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봤다. AP통신 역시 러시아를 톱5 수준으로 평가했다.
러시아가 안현수 등 외국인 선수나 코치를 귀화 영입해 전력 강화를 꾀한 배경이다.
높은 포상금도 풀었다. 러시아는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400만 루블(약 1억2300만원)의 포상금을 주기로 결정했다. 러시아 근로자의 평균 연봉보다 10배 이상 많은 액수다.
은메달리스트도 250만 루블(약 7700만원), 동메달리스트도 170만 루블(약 5200만원)의 많은 포상금을 받는다.
중앙 정부 포상금과 함께 지방 정부, 기업으로부터도 포상을 받는다. 동기부여가 상당하다.
역대 최고 수준인 53조원의 국가 예산을 소치올림픽에 투자한 푸틴 러시아 정부는 스포츠 강국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소치올림픽은 오는 7일부터 23일까지 약 2주 동안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