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기존의 단일 도시 개최의 기준을 깨고 올림픽 공동개최라는 파격적인 변신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6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고 있는 제126차 IOC 총회에서 다루고 있는 안건에 대해 보도했다. 여기에는 올림픽 종목 수 변화와 함께 유치 도시 선정 방법 변경 등 기존의 틀을 깨는 획기적인 방안이 포함됐다.
전임 자크 로게(71·벨기에) IOC 위원장의 뒤를 이어 지난해 9월 제9대 IOC 위원장으로 당선된 토마스 바흐(61·독일)는 집권 기간 중 역점 사업으로 `올림픽 아젠다 2020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올림픽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IOC의 역할과 조직의 변화, 올림픽 정신 활성화 방안이라는 큰 틀에서의 변화를 추구하자는 것이 `올림픽 아젠다 2020`이다.
바흐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스위스 로잔의 IOC 본부에서 14명의 IOC 집행위원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비공식 토론회에서 IOC 총회 때 다룰 `올림픽 아젠다 2020`에 대한 토론을 벌였고 이번 총회에서 그 안을 가다듬었다.
AP통신이 보도한 내용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안은 올림픽 개최 도시 선정 방법의 변화다.
올림픽은 월드컵과 달리 국가가 아닌 하나의 특정 도시를 최종 개최지로 선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한 국가에서 두 도시 이상이 유치를 희망할 경우 경쟁을 통해 최종 한 곳만을 결정, IOC에 신청을 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번 IOC 총회에서는 기존에 고수해오던 틀을 깨고 여러 도시의 공동 개최를 허용하자는 방안이 안건으로 다뤄졌다.
이 방안에는 한 국가 내부의 서로 다른 도시의 공동 입찰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나라끼리의 서로 다른 도시의 공동 입찰을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당시 일본은 히로시마-나가사키 공동 개최 방안을 제시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도쿄를 최종 후보 도시로 내세워 개최권을 따낸 바 있다.
동계아시아경기대회의 경우 지난 2011년 카자흐스탄의 두 도시인 아스타나와 알마티에서 분산 개최된 경우는 있었지만 올림픽에서는 한 번도 공동 개최가 허용된 적이 없다.
IOC는 유치를 희망하는 도시는 자국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에 신청을 하고 경쟁을 통해 최종 후보 도시 한 곳만을 올림픽 유치 후보 도시로 인정하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이번 IOC 총회에서 처음으로 공동 입찰, 공동 개최안이 제시됐지만 내부적으로 IOC 위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공동 개최를 할 경우 올림픽 개최라는 특수성과 상징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대부분의 IOC 위원들이 난색을 표했다고 전했다.
캐나다의 딕 파운드 위원은 "올림픽은 TV 스튜디오에서 짜깁기로 내보내는 TV 상품과는 다르다. 통합된 한 곳에서 진행되면서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낸다"며 "기존 방안을 깨는 것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스라엘의 알렉스 길라디 위원은 "상대적으로 종목이 많고 규모가 큰 하계올림픽의 경우 공동 개최를 받아들일 수 있지만 동계의 경우 제 살 깎아먹기식밖에는 안된다"며 반대했다.
이 외에도 호주의 제임스 톰킨스 위원과 짐바브웨의 커스티 코벤트리 위원도 "올림픽의 수준만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합의를 보지 못한 올림픽 유치 도시 공동 입찰안은 내년 12월 6일 모나코에서 열리는 IOC 임시총회에서 다시 다루기로 했다.
한편 이날 총회에서는 IOC 위원들이 올림픽 유치 후보도시의 현장 방문 평가를 금지하고 있는 현재의 안을 수정하자는 내용과 함께 28개의 하계 올림픽 정식 종목 수를 늘리자는 방안 등도 함께 다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