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을 모아 힘겹게 2014소치동계올림픽 무대를 밟은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이 장비를 잃어버리는 악재에 맞닥뜨렸다.
AFP통신과 영국 BBC 방송 등은 봅슬레이 남자 2인승에 출전하는 자메이카 대표팀이 소치로 오는 과정에서 썰매를 제외한 모든 장비를 분실했다고 6일(한국시간) 보도했다.
잃어버린 장비에는 썰매의 날과 헬멧·스파이크 신발·경기용 유니폼(라이카 수트) 등 봅슬레이 경기를 치르기 위한 필수도구가 모두 포함됐다.
오는 길부터 쉽지 않았다.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 자메이카 대표팀은 뉴욕 JFK공항으로 이동해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으나 기상악화로 필라델피아로 이동해야 했다.
긴 기다림 끝에 다시 JFK공항에 도착, 모스크바를 거쳐 소치에 입성했지만 함께 부친 수화물은 도착하지 않았다.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의 파일럿 윈스턴 왓츠는 "소치에 도착한 후에 우리의 짐이 아직 오지 않은 사실을 알았다"며 "우리는 헬멧·스파이크·라이카 수트가 모두 없다. 아마 JFK공항과 소치 사이에 있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악재에도 불구하고 왓츠는 봅슬레이 경기가 펼쳐지는 산키 슬라이딩 센터를 사전답사하며 의욕을 불태웠다. 장비를 구걸해서라도 6일(현지시간) 진행될 첫 공식연습에 참가하겠다는 생각이다.
왓츠는 "헬멧 등 장비를 빌릴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며 "반드시 연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산키 슬라이딩 센터를 직접 걸어보면서 코스를 익혔다. 하지만 봅슬레이를 타면 다른 느낌일 것"이라고 말했다.
파일럿 왓츠와 브레이크맨 마빈 딕슨이 한 조를 이룬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은 아메리칸컵에서 포인트를 쌓으면서 출전권 획득에 성공했다.
이로써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장비를 구입하고 이동하는데 필요한 8만 달러(약 8500만원)가 없어 올림픽 출전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지만 자메이카올림픽위원회(NOC)와 소치올림픽조직위원회가 이들의 경비를 전액 부담하기로 결정, 출전이 확정됐다.
자메이카 대표팀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14만8000 달러의 후원금을 모았다.
해양성 열대 기후인 자메이카는 일 년 내내 눈이 내리지 않아 동계 스포츠의 불모지다.
하지만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처음으로 봅슬레이팀을 출전시켜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다. 이들의 사연은 영화 `쿨러닝`으로 제작돼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