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78) 교황이 윤지충(1759~1791) 바오로와 그의 동료 순교자 123위를 시복했다.
8일 외신에 따르면, 교황청은 교황이 8월 13~17일 대전·충남 일대에서 열리는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함에 따라 이 같이 결정했다.
시복(諡福)은 거룩한 삶을 살았거나 순교한 이에게 복자 칭호를 허가하는 교황의 공식 선언이다.
조선후기의 실학자 정약용(1762~1836)과 외사촌간인 윤지충은 1783년(정조 7) 정약용의 가르침을 받고 가톨릭교에 입교, 세례를 받았다.
1791년 어머니가 죽자 가톨릭 교리에 따라 위패를 폐해, 불태우고 제사를 지내지 않았다. 불효와 불충 등의 죄목으로 국문을 받았으나 천주교 교리에 따라 행한 정당한 일이라고 주장하다 사형당했다. 한국 천주교 첫 순교자다.
지금까지 한국 천주교에서 시복시성된 이들은 한국 첫 신부인 김대건(1821~1846) 안드레아를 비롯, 103위다.
한국 천주교회는 1984년 103위 시성식 직후 주교회의 200주년 기념 사업위원회와 각 교구에 의해 각각 이뤄지던 순교자들의 시복 시성 추진을 1997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 통합 추진하기로 하고 주교회의 시복시성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를 통해 한국 교회 차원의 시복 조사를 벌여 2009년 모두 125위에 대한 시복 청원서를 교황청에 냈다. 윤지충 바오로와 그의 동료 순교자 123위와 함께 시복 청원된 한국 첫 천주교 신학생 최양업(1821∼1861) 신부의 시복심사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주교회의는 이와 함께 1901년 제주교난 순교자들, 6·25 전후 공산당의 박해로 죽임을 당한 근현대 순교자들을 시복 추진 대상자로 선정하고 시복을 추진해왔다.
통상적으로 시복식은 교황을 대리해 시성부 장관이 거행한다. 로마나 시복 재판을 추진한 교구에서 거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황 방한에 따른 시복 결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만큼 교황의 방한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최근까지 한국 천주교는 교황 방한을 확인해주지 않았다.
지난해 말부터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식 등에 맞춰 교황이 방한한다는 설이 나왔다.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에 맞춘 방한설이 나온만큼 가을로 예정된 시복식 일정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방한이 성사되면 교황은 25년 만에 한국에 오게 된다. 1989년에 요한 바오로 2세가 다녀갔다.
한편,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0월2일 청와대에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인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을 접견한 자리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그의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에 대해 언급했다. 이들에 대한 시복 결정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결정이 빨리 이뤄져 우리 순교자들의 정신이 소중한 유산으로 기려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