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소치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시작부터 네덜란드의 독식이 두드러졌다.
스벤 크라머(28·네덜란드)를 비롯한 네덜란드 3인방은 9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금·은·동메달을 석권했다.
크라머는 6분10초76의 기록으로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때 자신이 세운 이 종목 올림픽 기록(6분14초60)을 4초 가까이 앞당겼다. 이어 얀 블로크후이센(25), 요리트 베르스마(28·이상 네덜란드)가 크라머의 뒤를 이었다.
네덜란드는 전통적인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이다.
이날 추가한 메달 3개를 포함해 네덜란드가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획득한 89개(금 30·은 32·동 27개) 메달 중 85개(금 28·은 30·동 27)를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땄다. 점유율 95.5%다.
네덜란드의 하계·동계올림픽 종목을 통틀어도 부동의 1위다. 2위는 수영으로 총 56개(금 19·은 18·동 19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비결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우수한 신체 조건에서 찾을 수 있다. 속도를 겨루는 싸움에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무게가 나가는 게 유리하다. 큰 키와 긴 다리, 긴 팔도 유리하다.
신체 조건상 동양보다는 서양 선수들이 유리한 배경이다. 그런데 네덜란드는 유럽을 포함해 서양에서도 독보적이다.
넓은 인프라와 환경적 요인이 네덜란드를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네덜란드에서 스피드스케이팅은 축구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스포츠로 꼽힌다. 일례로 크라머는 네덜란드의 국가적 영웅으로 불린다. 사회체육으로 국가적인 지원이 적극적이다. 선수 육성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미국 USA투데이는 "네덜란드의 국가적인 헌신이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의 뿌리"라며 "겨울만 되면 스피드스케이팅에 쏟는 관심이 대단하다. 동계올림픽이 있는 해에는 특히 더하다"고 전했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25% 가량이 바다보다 낮다. 인공 제방과 수로가 발달했다. 수도 암스테르담은 도시가 크고 작은 수로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겨울에 수로가 빙판이 되면 누구나 손쉽게 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다.
자연스레 `엘프스테이든톡트(Elfstedentocht)`라는 스피드스케이팅 마라톤도 생겼다. 1909년 처음 열린 이 대회는 약 200km 거리를 스케이팅으로 완주하는 것이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빙판이 두껍게 얼지 않은 탓에 1997년 대회를 끝으로 열리지 않고 있지만 네덜란드에서 스피드스케이팅이 얼마나 대중적인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