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3개 관련기업의 고객 정보 1억400여만 건에 달하는 신용카드 고객정보 유출로 온통 난리가 나다시피 한 가운데 개인정보와 기업정보를 빼돌린 사건이 또 적발됐다. 주범은 어처구니 없게도 고용노동부 소속 5급 사무관 최모(58)씨라고 알려졌다. 공무원이 직분에 충실하기는커녕 권한을 악용해 돈을 챙기는데 골몰한 것이다. 그리고 돈에 눈이 멀어 정보를 빼돌리면 해당 기관에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는 취약점도 드러났다.
서울시내의 한 고용노동지청 정보관리과장으로 재직하던 5년간 최씨는 고용노동부 전산망에 접속해 국가지원금관련 정보 800만 건을 조회한 뒤, 개인정보가 포함된 약 13만 건의 정보를 딸에게 넘겼다고 한다. 그리고는 딸과 형 동생 등 가족과 지인들에게 노무법인을 차리게 했고, 이 노무법인은 고용·노동 분야 국가지원금 정보에 어두운 4800여개 영세업체들에게 접근해 지원금을 받게 해주고는 건당 수수료 명목으로 무려 30%를 챙겼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챙긴 돈은 58억 원에 달한다. 공무원이 국가 업무를 위해 수집한 정보를 빼돌려 자기 주머니를 불린 것이다.
이 사건은 공무원 개인의 일탈을 넘어 정부의 정보관리체계에서 심각한 구조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국민 개개인의 신상을 담은 정부와 공공기관의 각종 정보가 최씨 같은 비리 공무원에 의해 얼마든지 새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고용부는 최씨가 범죄행각을 벌인 5년간 까마득히 몰랐다고 한다. 대체 정보 관리와 감독을 어떻게 했기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그런데 이런 일이 고용부에서 그치고 말지 의문이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들은 고유업무를 이유로 개인정보와 기업정보 등을 산처럼 쌓아두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보듯이 내부자에 의한 정보유출에는 눈이 어둡기만 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 및 공공기관의 정보 관리 실태 전반을 점검하는 한편 철저한 보완대책 마련이 시급하게 됐다. 아울러 정부의 각종 지원금이 눈먼 돈처럼 새는 게 여전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도 간과할 수 없다. 공직자 윤리 회복은 물론 부패를 원천차단하는 장치와 부패를 즉시 적발할 수 있는 감독 능력의 고도화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