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의 대선 개입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 등)로 불구속 기소된 이모(59) 전(前) 사이버심리전단장이 첫 공판에서 혐의사실을 부인했다. 11일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정선재)의 심리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전 단장은 "정치 개입을 지시하고 증거를 없애려한 공소 사실에 대해 부인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 전 단장은 옅은 보라색 선글라스에 검은색 양복을 입고 법정에 출석했다. 허리를 꼿꼿이 펴고 법정 안 피고인 석에 앉은 그는 다소 긴장된 듯 자주 눈을 깜빡이며 공판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깍지 낀 두 손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변호인들과 간간히 이야기를 나누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준비한 종이에 메모를 남기는 모습도 보였다. 이 전 단장의 변호인 측은 "검찰 측의 수사기록을 아직 전달 받지 못했다"며 "관련 기록이 4000페이지에 달하고 별지가 많은 등 (자료를) 검토할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릴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정 증거에 대한 심리에서 국가 보안과 관련된 사항이 누설될 수 있어 일부 재판에 대해 비공개 진행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공판을 마친 이 전 단장은 `아무 할 말이 없는가`라는 질문에만 고개를 한번 끄덕였을 뿐 `공소사실을 부인한 이유는 무엇인가`, `비공개 재판 이유는 무엇인가` 등을 묻는 기자들에게 입을 굳게 다문 채 아무말도 하지 않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이 전 단장은 지침 상 국방·안보 관련 사안에 한정된 작전범위에 따라 군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정당·정치인 옹호 행위를 일체 금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부대원들을 통해 지난 총선과 대선 기간 각종 인터넷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치적 의견을 밝히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언론을 통해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의혹이 제기되자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각종 컴퓨터 초기화와 자료삭제, 아이피(IP) 변경 등을 지시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단장은 지난 2010년 1월10일부터 지난해 12월19일까지 사이버심리전단장으로 근무했다. 그에 대한 다음 공판은 다음달 25일 오후 2시 서울동부지법 1호 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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