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간 경제 통합은 복잡한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는 만큼 다양한 정책적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석 KDI 연구위원은 10일 `남북통합의 경제적 기초`라는 보고서를 통해 "남북의 경제통합은 단순하고 단선적인 경제적 과정이 아니라 정치와 경제가 충돌하고 혼합되는 과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특히 북한의 경우에는 사회질서가 새롭게 형성돼야 하며 이를 다시 한국과 통합하는 복잡하고도 다층적인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통합 형식에서도 ▲정치주도형 ▲경제주도형 ▲정치+경제 절충형 등 매우 다양하고 불확실한 변수가 개입되는 것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이처럼 다양한 변수에도 불구하고 남북경제 통합을 이끌기 위해서는 북한경제의 이행정책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경제 자유화와 사유화, 안정화 정책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격, 외환, 무역, 기업운영 등을 자유화하는 조치가 선행되고 북한 개별경제주체들의 사적자본 축적 촉진, 경제자유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토지, 자산, 국유기업 등의 사유화 조치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에서 경제자유화 및 사유화조치가 단행되면 북한 내부의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기존 경제운영체제에 대한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한 안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당국이 이행정책을 스스로 추진한다면 한국사회는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재정적, 기술적 지원과 함께 이행과정에서 나타나는 거시경제적 불안정성을 방지하는데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경제의 발전정책과 관련해서는 국제경제 속에서 북한이 갖고 있는 비교우위를 현실화할 종합적 실행방안을 촉구했다.
보고서는 "국제경제 속에서 북한이 갖는 비교우위는 결국 저렴한 양질의 노동력"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제조업의 육성과 그를 가능케하는 개방적 무역정책을 실시하라"고 주문했다.
특히 이같은 비교우위를 실현할 수 있도록 경제특구를 만들고, 이들 특구의 발전경험과 자본을 확산하는 전략이 보다 급속한 북한경제 발전을 이루는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전망됐다.
남북한 제도통합과 관련해서는 북한지역에 고유한 경제제도를 설계할 것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정치주도형 또는 경제주도형 통합모형에서는 남북한 경제제도 통합이 한국을 중심으로 이뤄져 별도의 정책적 방안이 필요치 않겠지만 `정치+경제 절충형`에서는 통일 이후 북한지역에서 실제로 기능할 수 있는 별도의 경제정책기구, 금융·외환, 무역, 노동연금·의료 등과 같은 경제 제도들이 모두 새롭게 설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들 제도와 한국지역 제도들이 한국을 중심으로 통합할지 아니면 제3의 제도들로 통합할 지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남북경제통합을 목표로 특정의 단일한 정책조합만을 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며 "향후 예상되는 남북통합의 제반 가능성을 모두 찾아내 이들 각각의 가능성과 연관된 정책조합들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