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나라 금고의 총 세입(들어온 돈)과 총 세출(나간 돈)을 따져보니 세수(稅收) 펑크 때문에 당초 예산에 잡아놓고도 쓰지 못한 돈(불용액)이 사상 최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는 자료는 국민 모두를 놀라게 한다. 총세입(292조9000억원)은 당초 예상보다 10조9000억원 덜 걷혔다. 이 중 국세는 예산 대비 4%인 8조5000억원이 덜 걷혔는데 환란 이후 세수 부족이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기 부진 탓에 법인세가 크게 줄고 주택시장 침체와 주식 거래 감소에 기인된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도 덜 걷힌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이 걷히지 않으면 정부 살림에 큰 구멍이 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작년 총세출(286조4000억원)은 당초 쓰려던 금액의 91%에 불과해 예산 불용액이 사상 최대인 18조1000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인건비와 경상경비를 줄이고 예비비와 기금 여유자금을 끌어와 실질적인 불용액을 7조7000억원 수준으로 줄였다지만 이 역시 2002년 이래 최대수치다.
정부가 엊그제 내놓은 총세입과 세출 장부만 보고 작년 재정적자가 당초 예상보다 커졌는지 여부는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건 세수 차질 탓에 정부가 쓰려고 했던 돈조차 제때 쓰지 못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작년 적자국채 발행(24조5000억원)을 전년 대비 10조원 이상 늘렸지만 결국 곳간이 비어 8조원 가까운 예산을 집행하지 못했다. 대규모 추경으로 경기 활성화 마중물을 쏟아부으려다 세수 부족에 발목이 잡히고 만 것이다.
정부는 올해 국세 수입을 작년 실적 대비 8% 이상 늘어난 218조5000억원으로 잡고 있지만 이대로 가면 또다시 대규모 세수 부족에 직면하는 형편이 될 수도 있다. 경기가 활성화하고 주택시장과 증시가 살아나야만 그런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정부는 금융위기 이후 해마다 GDP 대비 1% 넘는 적자를 내고 있다. 올해까지 7년 내리 총 148조원의 관리대상 수지 적자를 내게 된다. 이 구멍을 메워나가려면 복지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지 않도록 절제력을 발휘하고 대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는게 금융전문가들의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