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 / 광주교육대학교 전 총장 대학 정원을 2023년까지 모두 16만 명 감축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이 지난 1월 29일 발표되었다. 대학이 관심을 보이며 갈등하고 있는 부분은 2014~2016년까지 연 1만 명씩의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방대학과 지방 언론들은 이 계획이 ‘지방대 죽이기’라며 반발하고 있어서 올 한 해 고등교육 관련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 구조개혁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하지만 기본방향은 ▲미래 수요 감소 요인만이 아니라 증가 요인도 함께 고려 ▲국립과 사립을 구분하여 구조개혁 방향 제시 ▲사립대학 정책 이원화 ▲전문대학 비중, 특히 국립 전문대학 비중에 대한 비전 제시 ▲지역균형발전 방안 동시 제시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미래 수요를 함께 고려하자는 것은 국내 학생 감소만을 염두에 두어 정원 감소만을 추진하지 말고 대통령이 주장한 ‘통일 대박론’, 세계적인 고등교육 수요 증가 등을 고려하여 우수 대학의 국제 학생 유치능력을 증진하는 데 구조개혁 예산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2020년에는 북한의 대학 취학 연령 학생들이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우리와 달리 세계적으로는 대학 취학 연령대 인구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질 높은 고등교육을 찾아 떠나는 유학생이 급증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 증가 요인과 함께 우리나라 사립대학의 강점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수출 기업에 했던 것처럼 경쟁력 있는 사립대와 국립대를 지원하여 국외의 수요를 흡수하는 쪽으로 구조개혁 지원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둘째, 2012년 현재 우리나라 사립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대학 수(363개)의 85.4%(310개), 전체 대학생(335만 4000명)의 76.4%(256만 1000명)인 상황에서 국립대와 사립대 구조개혁 방향은 별도로 만들어져야 한다. 장기적으로 국립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올릴 것인지에 대한 정책 목표가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반공립 반사립형의 ‘공유형 사학’(특히 전문대학의 경우)제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국립은 기초과학 및 인문사회학 등 사립대학이 부담을 느끼는 분야로 특화하는 등 국립과 사립의 역할 분담에 비전도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사립대학 이원화 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나라 많은 사립대학은 다른 신흥시장국가 사립대학보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길고, 비영리형이며, 이공계 학생 비율 또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경쟁력을 갖춘 사립대학에 대해서는 미래 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규제 방식을 이원화하고, 수출기업에 대한 국가 지원과 같은 맥락의 고등교육 수출 지원 정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그 하나의 방안으로 `세계수준사립대학 지원정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대학지배구조, 자체 재정확보 수준, 교육여건, 국제화 지표 등등에서 국가가 정한 기준을 넘어선 사립대학을 ‘세계수준사립대학’으로 지정하고 이 대학들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이 되는 데 장애가 되어온 등록금 간접 통제를 포함한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하며 필요한 지원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단, 그 대학들의 경우에는 학부 정원을 줄이고 대학원 정원을 늘리도록 유도하며, 줄어든 학부 정원의 경우에도 절반 정도는 외국학생을 유치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넷째, 직업인을 양성하는 전문대의 비중, 특히 공립 전문대의 비중 및 지원방안에 대한 명확한 안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공립 전문대생은 단 2%로 미국(78%)이나 OECD 평균(59%)에 비해서도 너무 낮다. 차제에 사립전문대 중에서 발전 가능성이 있고, 재단이 희망하는 경우 국가가 대학운영의 절반을 책임지는 공유형 사립전문대학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반값등록금 정책의 방향도 전문대학생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쪽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대학 구조개혁의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지역균형발전이 포함되어야 한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지방대학’이라는 말이 만들어진 것도 수도권 중심의 대학 팽창의 결과이다. 앞으로 수도권 학부 학생 비율을 어느 정도까지 낮출지에 대한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하버드, 예일 등 세계 주요 명문대학의 학부 학생 수가 대부분 1만 명을 넘지 않는 점을 고려하여 경쟁력을 갖춘 수도권 대학의 학부 학생 수를 큰 폭으로 줄이고 대신 국내외 대학원 학생을 유치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이라는 유리한 지리적 위치를 토대로 국내 학부 학생만을 가지고 버티려고 한다면 그러한 수도권 대학은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4년간 대학 구조개혁에 투자될 1조 원과 반값등록금 정책에 투자되는 거대한 예산, 그리고 기타 다양한 고등교육재원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우리 고등교육기관은 충분히 세계로 발돋움해 갈 수 있을 것이다. 대학 구조개혁의 큰 비전과 실천계획 구체화를 위한 보다 생산적인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