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지 / 고령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외견상 건전한 가정의 아이 중에도 학교폭력 등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는 한 부모 가정이나 부모 모두 아이를 양육하지 않고 할머니 등이 아이를 양육하는 조손 가정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와는 그 양상이 다르므로 이에 대한 대응책도 달라야 한다. 이러한 아이의 양육자를 유심히 살펴보면 잔소리가 매우 심한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욕하지 마라` `인사해라` `공부해라` 등의 잔소리는 아이의 잘못에 대한 적절한 제재로서 필요한 것이지만 이러한 잔소리는 잔잔한 마음 상태에서 상황에 맞게 이루어져야 이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감정이 상하지 않고 수용할 수 있다. 만약 그렇지 못하고 훈육자의 불편한 감정이 지나치게 실리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며, 상황에 비해 과도하게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잔소리가 아닌 `악소리`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러한 악소리는 아이에게 `감정홍수`라는 역효과를 유발한다. 인간의 뇌는 크게 감정, 성욕, 식욕 등을 담당하는 변연계와, 분석, 기획, 판단 등 고등사고력을 담당하는 전두엽, 그리고 숨쉬기, 맥박 등을 관장하는 뇌간 등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런데 악소리가 심해지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변연계에 과부하가 걸리고, 이러한 변연계의 과부하는 전두엽을 마비시키게 되며, 결국 뇌간만이 활성화하게 된다. 그런데 뇌간은 파충류인 뱀조차 갖춘 뇌인 것인 바, 감정홍수에 빠진 아이는 뱀처럼 행동하게 되어 싸우거나(욕설과 폭행, 절도 등 공격적 행동) 도망(술, 담배, 게임 중독, 자해, 자살 시도 등 도피성 행위)을 가게 된다. 즉 적절한 잔소리가 아닌 악소리에 이르게 되면 이를 수용하는 입장에서는 자신에 대한 폭력행위로 간주하게 되고 이에 따라 대응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다”라고 말하는 학부모를 흔히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폭력 그 자체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분위기에서는 학교폭력이 사라질 수 없다. 피해자가 학교폭력 피해를 당하였다고 고발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죄악시될 수밖에 없게 된다. 청소년상담을 담당하는 분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상당수 학교폭력의 피해학생이 피해사실을 선생님이나 부모에게 알리는 것을 꺼리고, 일부 피해학생의 학부모는 그와 같은 내용을 인지하고도 학교에 문제 제기하는 것을 꺼린다고 한다. 마음속으로만 가해학생과 더 이상 같은 학교에 있지만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학교 친구들의 폭력에 시달려 결국 목숨까지 끊으면서도 그 마지막 순간조차 그와 같은 사실을 알리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그룹을 지어 학교폭력이 이루어지는 문제 상황을 정확히 제시하고 상황극을 표현해보는 활동을 진행하며 학교폭력에 대한 객관적인 관점을 갖도록 하고, 그러한 상황에서 대처하는 올바른 방법을 학생들 스스로 찾아볼 수 있는 토론의 기회를 주어야할 것이다. 또한 학교장이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교사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학교 구성원간 공감과 소통, 생명존중, 배려를 일상화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도입·운영하다면 학교폭력을 예방 할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아이와 건강하게 소통을 하기위해선 배려하는 따뜻한 잔소리와 아이가 마음 터놓고 학교폭력 피해사실을 알릴 수 있는 따뜻한 분위기가 필요하다. 가정과 학교가 똘똘 뭉쳐 소통으로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