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29·한국명 안현수)은 1000m 금메달을 딴 후 눈물을 흘렸다.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러시아 국기를 흔드는 빅토르 안을 보며 펑펑 운 이가 또 있다. 바로 안현수의 아버지 안기원씨다. 빅토르 안은 지난 15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1분25초325로 결승선을 통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이후 8년만에 올림픽 무대에 서 목에 건 금메달이었다. 8년간 빅토르 안에게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한국 국적을 버리고 러시아로 귀화했다. 그는 8년간 겪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처지나가는 듯 눈물을 보였다. 지난 10일 남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어 러시아 쇼트트랙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의 주인공이 된 빅토르 안은 러시아에 사상 첫 금메달까지 선사했다. 이후 그는 러시아에서 `영웅대접`을 받고 있다. 태극기가 아닌 러시아 국기를 들고 기뻐하는 아들을 보는 안기원씨의 기분은 어땠을까. 빅토르 안의 우승 직후 흘린 그의 눈물에 감정이 숨어있을 터다. 안기원씨는 "많이 울었다. 8년만에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땄다. 한국에서 여건이 되지않고, (안)현수가 대표가 되는 것을 원치않는 사람이 있었다"며 "힘든 일이 많았는데 러시아에 가서 역경을 딛고 금을 땄다. 그것을 보고 울지 않을 부모가 어디있겠는가"라고 당시 감정을 표현했다. 빅토르 안이 1500m 동메달을 딴 후 박근혜 대통령은 "안현수 선수의 문제가 파벌주의, 줄세우기, 심판부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린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안기원씨는 "체육계에 하루이틀 있는 일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짚고 넘어간 것이 체육계가 정화 되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며 "운동을 시키는 부모들이 기쁜 마음으로 운동을 시켜야하는데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 생긴다. 반기를 들면 떠날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빅토르 안이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러시아로 떠난 것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여건과 환경이 되지 않아 떠난 것이다"고 말한 안기원씨는 "믿고, 지원해주고, 일어설 바탕을 만들어줄 수 있는 곳으로 간 것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운동에 방해되는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좋은 환경을 만들어줬다. 현수가 믿고 기다려주는 것을 보면서 더 열심히 했다"며 "러시아연맹에 대한 믿음을 현수가 결과로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한국은 현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끝났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한 안기원씨는 "러시아 쪽에서 훌륭한 선수를 보듬지 않은 한국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더라. 러시아 쪽에서 훌륭한 선수를 보내줘서 고맙다고 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고맙다고 했다. 한국으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음의 응어리가 쉽게 풀리지는 않겠지만 안기원씨는 이제 원망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용서하려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안기원씨는 "현수도 잘 됐으니 원망하지 않고 용서할 것이다. 가슴에 한이 맺혔는데 그것을 잊을 수 있겠나. 그래도 현수가 잘 됐으니 원망하지 않고 용서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으면 계속 한국에 있었을지 모른다. 덕분에 떠나와서 러시아의 영웅이 됐다. 현수가 잘 됐으니 용서하려 하겠다"고 덧붙였다. 안기원씨는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을 계기로 대한빙상경기연맹의 개혁이 되기를 바랐다. 그는 "개혁이 되지 않으면 계속 이런 일이 생길 것이다. 조사도 들어간다고 했으니 변화될 것이라 믿는다"며 "2018년에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는데 부조리 때문에 잡음이 있으면 개최국으로서 망신이 아니겠나"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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