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에서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를 비롯해 적잖은 아시아 선수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중·장거리는 여전히 유럽세를 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장거리 간판` 이승훈(26·대한항공)이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5000m 은메달, 1만m 금메달을 수확하며 가능성을 보여줬으나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5000m 12위에 머물며 다시 높은 벽을 느껴야했다. 여자 중장거리에서도 아시아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한다. 여자 3000m 레이스에서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아시아 선수는 일본의 이시자와 시호 뿐이다. 김보름(21·한국체대)이 13위에 오르며 선전했으나 노선영(25·강원도청)과 양신영(24·전라북도청)은 27위에 그쳤다. 중거리에 속하는 1500m에서는 20위권 내에 아시아 선수를 찾아볼 수 없었다. 17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1500m에서 김보름이 1분59초78로 21위를 차지했는데 아시아 선수들 가운데 성적이 가장 좋았다. 노선영, 양신영은 각각 2분01초07, 2분04초13을 기록하고 29위, 36위에 머물렀다. 노선영과 김보름은 아시아가, 한국이 장거리에서 두각을 드러내려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노선영은 "서양 선수들과 체격 차이도 있겠지만 훈련 환경이 다르다. 우리가 하던대로만 훈련하니 발전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설과 선수층의 차이도 서양과 아시아의 격차를 만드는 요인이라고 노선영은 설명했다. "시설에도 차이가 크다"고 말한 노선영은 "우리는 스피드스케이팅장이 하나 밖에 없지 않나. 다른 나라는 여러개다"며 "선수층 또한 차이가 크다. 주니어 때에는 외국 선수들과 대등하거나 더 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어느새 그 선수들이 우리를 추월한다. 발전 속도에 차이가 크다"고 강조했다. 노선영은 "노력은 비슷하게 하지만 방법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선수층이 두터워 경쟁도 되니 서양 선수들이 빠르게 발전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보름도 "장거리는 아시아가 확실히 약하다. (이)승훈 오빠 밖에 없지 않나. 아무래도 신체조건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시간이 필요해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훈련 분위기의 차이가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했다. 김보름은 "외국 선수들은 시합에 오든, 훈련을 가든 즐긴다. 팬들은 신경쓰지 않는다. 훈련을 하는데도 놀러온 것 같은 분위기다"며 "반면 아시아, 그리고 한국 선수들은 분위기가 삭막하다. 부담감을 가진다. 목숨을 걸고 하게된다"고 분석했다. 노선영과 김보름은 나란히 이날 레이스에 아쉬움을 표했다. 3000m 레이스를 마치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밝혔던 노선영은 "감기는 나았는데 컨디션이 돌아오지 않는다. 레이스 전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반성했다. 김보름 또한 "실력만큼 타지 못했다. 편하게 탔는데 부정출발이 있었고, 인코스와 아웃코스를 구분하기 위해 착용하는 밴드가 흘러내렸다. 작은 문제들이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노선영은 안방에서 열리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해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지만 김보름은 한층 나은 성적을 내겠다는 각오를 숨기지 않았다. "초반 속도를 올려야 유럽 선수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한 김보름은 "개인 종목은 팀추월에 비해 가능성이 낮은 것이 사실이지만 평창에서는 이번 올림픽보다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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