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가능성`이라는 값진 수확을 안고 사상 첫 올림픽 무대를 마감했다.
신미성(36)·김지선(27)·이슬비(26)·김은지(24)·엄민지(23·이상 경기도청)로 구성된 여자 컬링 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큐브 컬링 센터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예선 9차전 캐나다와의 경기에서 4-9로 졌다.
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른 한국은 3승6패로 8위를 기록, 4위까지 주어지는 준결승전 진출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올림픽 무대를 처음 밟은 한국은 10개 출전국 중 세계랭킹이 가장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강호들과 당당하게 맞서며 가능성을 과시했다.
한국은 지난 11일 올림픽 데뷔 경기였던 한일전에서 12-7 완승을 거두며 신바람을 냈다. 사상 처음으로 나선 올림픽에서, 그것도 일본(세계랭킹 9위)을 상대로 수확한 승리여서 더욱 값졌다.
하지만 올림픽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컬링 대표팀은 예선 2·3차전에서 강호 스위스(세계랭킹 4위)와 스웨덴(세계랭킹 1위)를 만나 연거푸 패배, 순식간에 연패에 빠졌다.
스위스와는 6-8, 스웨덴과 4-7로 마지막 스톤을 던질 때까지 끈기있게 강호들을 맞상대했지만 승리까지 따내기에는 다소 무리였다.
예선 5번째 경기였던 러시아전 승리는 한일전만큼 소득이 컸다. 한국은 아이스큐브 컬링 센터를 가득 메운 러시아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도 침착하게 경기를 풀었고 결국 8-4로 이겼다.
러시아전 승리로 2승2패가 된 한국은 8위에서 중국·영국·일본과 함께 공동 4위로 도약, 4강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한국은 다음 경기였던 `아시아 강호` 중국전에서 3-11로 완패하면서 하향곡선을 탔다.
실망스러운 경기였고 집중력도 심하게 떨어진 모습이었다.
이어진 영국전 석패(8-10)에 이어 덴마크에도 패한 한국은 사실상 4강에 실패, 올림픽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한국은 다음 경기였던 미국전에서 11-2 완승을 거두고도 예선탈락이라는 쓰라린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조심스럽게 기대했던 메달의 꿈도 함께 사라졌다.
그러나 한국은 중국전을 제외하고는 강호들을 상대로 매번 끈질긴 경기를 펼쳐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인상을 제대로 심어줬다.
`빗자루질` 정도로 치부했던 비인기 종목 컬링이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도 올림픽 출전이 가져다 준 커다란 소득으로 꼽을 수 있다.
4년 후 안방인 평창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가능성`이 아닌 `수확`을 맛보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지원이 선결과제다.
한국에 컬링 전용 경기장이 경북 의성컬링장과 태릉선수촌 훈련장 2곳뿐이라는 사실은 열악함을 드러내는 좋은 예다. 전용 컬링장만 1000곳 가까이 된다는 캐나다와는 비교하기조차 부끄럽다.
선수들에 대한 지원 또한 아쉽다.
중국에서 컬링유학을 하고 왔지만 한동안 소속팀을 찾지 못했던 김지선과 고교 졸업 후 컬링을 버리고 유치원 보조교사로 일해야 했던 이슬비와 비슷한 사례가 이어지는 한 컬링의 발전을 기대하긴 어렵다.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17일 "컬링의 경우 비인기 종목이라는 이유만으로 선수들이 (태릉)선수촌 식사대상에서 배제돼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한다고 한다"며 폭로하기도 했다.
첫 세계무대에서 훌륭한 데뷔전을 치른 컬링이 평창에서 더욱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부분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