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봅슬레이대표팀이 목표로 했던 2014소치동계올림픽 남자 2인승 15위권 진입을 이뤄내지 못했다.
그러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전망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소치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경험하면서 희망도 봤다는 것이 선수들의 말이다.
파일럿 원윤종(29)과 브레이크맨 서영우(23·경기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로 이뤄진 한국 봅슬레이 남자 2인승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산악 클러스터의 산키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소치동계올림픽 2인승 3차 레이스에서 57초58을 기록했다.
1~3차 레이스까지 2분52초19를 기록해 19위에 오른 원윤종과 서영우는 상위 20명까지 출전하는 4차 레이스에 나섰다.
원윤종과 서영우는 4차 레이스에서 57초08로 결승선을 통과, 1~4차 레이스 합계 3분49초27을 기록하고 18위를 차지했다.
함께 레이스에 나선 파일럿 김동현(27)과 브레이크맨 전정린(25·이상 강원도청)은 1~3차 레이스 합계 2분53초27을 기록하고 25위에 머물러 4차 레이스에 나서지 못했다.
원윤종과 서영우는 강광배(41)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이 2010밴쿠버대회에 남자 4인승에서 기록한 역대 한국 봅슬레이 최고 성적(19위)를 다시 썼지만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당초 봅슬레이대표팀은 15위 이내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봅슬레이대표팀은 최선을 다해 후회는 없다면서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소치올림픽에서 안방에서 벌어지는 평창올림픽에 대한 희망 또한 그릴 수 있었다.
한국 봅슬레이대표팀에 속한 이들 대부분이 봅슬레이에 입문한지 이제 3~4년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빠른 성장세를 보인 것이 희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전정린은 "우리는 이제 2, 3년 된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동안 발전하는 것을 느꼈고, 발전하는 모습을 봤다"며 "평창올림픽에서는 좋을 것 같은 느낌"이라고 내다봤다.
김동현 또한 "3년 동안 발전하는 것을 느꼈고, 동료들도 발전했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차근차근 업그레이드를 한다면 평창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전했다.
원윤종은 "생각보다 큰 무대였는데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 이를 계기로 가능성 또한 발견했다"며 "평창올림픽까지 4년이 남았는데 단계적으로 실력을 쌓으려면 긴 시간이 아니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일단 스타트가 세계 수준에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희망을 엿보는 이유다.
원윤종-서영우와 김동현-전정린 모두 스타트는 좋았다. 세계 수준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 1~4차 레이스를 통틀어 가장 빠른 스타트 기록은 라트비아가 기록한 4초78이다. 원윤종-서영우가 기록한 가장 빠른 스타트 기록은 4초87로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사실 스타트 능력을 세계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는 것이 브레이크맨 서영우의 말이다.
서영우는 "서양 선수들과 비교해 신체적 조건이 많이 떨어져 스타트는 못 따라잡을 줄 알았다. 하지만 스타트를 세계 5~10위권까지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스타트는 정말 좋아졌다"며 웃어보인 원윤종은 "외국 코치들도 어떻게 단시간에 스타트가 좋아졌느냐고 물어본다. 저희만의 비밀이어서 알려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레이스 후반 속도가 확 처지는 모습을 보였다. 봅슬레이를 탄 지 10여년이 되는 선수들과 비교해 드라이빙 기술이 떨어진 탓이다.
이 부분은 시간과 경험이 해결할 문제다. 경험이 쌓이면 평창올림픽에서 충분히 메달을 노려볼만하다는 것이 선수들의 예상이다.
파일럿인 김동현은 "오늘 메달리스트를 봐도 알겠지만 봅슬레이 경험이 10년 이상된 선수들이다. 스타트에서는 격차를 줄였으나 아직 파일럿의 드라이빙 기술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경험을 쌓는다면 평창올림픽에서 메달을 노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원윤종은 "드라이빙 기술을 익힌 지 3년 반 밖에 되지 않았다. 조금 더 배워야 한다"며 "이번 올림픽에서 필요한 부분을 채우는 느낌이었다"고 진단했다.
물론 스타트에서도 발전의 여지가 있다.
서영우는 "브레이크맨은 달리기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외국 선수들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근력과 파워가 필요하다"며 "외국 선수들을 따라잡으려면 필요한 부분이다. 보완한다면 이 종목에서 한국이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은 장비와 환경이 좋아진다면 발전에 가속도가 붙는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김동현은 "장비가 더욱 좋아지고 지원이 늘어난다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고, 원윤종 역시 "한국에서 장비를 만들 수도 없고, 장비를 도입해 테스트를 할 수도 없다. 환경이 만들어지면 한층 더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