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스포츠가 결합된 피겨스케이팅은 기록 경기가 아닌 판정 경기다. 심판이 매기는 점수에 따라 우승자가 가려진다. `피겨 여왕` 김연아(24)의 올림픽 2연패 여부도 심판의 판정에 달렸다. 김연아는 19일 자정(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리는 2014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나선다. 이튿 날 예정된 프리스케이팅까지 모두 마쳐야 우승자가 가려지지만 이날 열리는 쇼트프로그램에서의 점수만 봐도 대략 짐작은 가능해진다. 피겨 점수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 기술점수(TES)와 예술점수(PCS)를 더한 것에 감점(Deduction) 여부를 포함시켜 매긴다. 각각의 구성 요소에 책정된 기본점수에 수행점수(GOE·Grade Of Execution)를 합산해 도출하는 기술점수(TES·Total Element Score)는 테크니컬 패널 3명과 심판 9명이 매긴다. 테크니컬 패널은 각각의 선수의 정해진 점프와 스핀 기술을 정확히 수행했는지 여부를 체크한다. 표현력 등 예술성을 평가하는 심판에 비해 더욱 꼼꼼하게 기술의 성공 여부를 가려낸다. 점프에서 정해진 회전 수를 모두 충족시켰는지, 잘못된 에지를 사용하지는 않았는지, 혹은 점프 난이도 자체를 조정하는 것도 모두 테크니컬 패널이 담당하게 되는 영역이다. 스핀과 스텝시퀀스에 따라붙는 1~4의 레벨도 테크니컬 패널이 부여한다. 2분50초 이내로 진행되는 쇼트프로그램은 점프 3개·스핀 3개·스텝 1개의 수행과제가 구성 요소 안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4분20초간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은 단독 점프 4개·콤비네이션 점프 3개·스핀 3개·스텝 등 정해진 12개의 과제를 소화해야 한다. 테크니컬 패널(3명)을 제외한 9명의 심판은 선수들이 미리 제출한 연기 구성표를 기준으로 과제별 기본점수에서 가·감점을 한다. 각각의 구성 요소마다 수행점수(GOE)를 매겨 점수를 더 주거나 혹은 깎는다. GOE는 기술의 완성도에 따라 -3점부터 +3점까지 주어진다. 9명의 심판 가운데 7명의 점수를 임의로 추출해 최고점과 최저점을 뺀 나머지 점수로 평균을 낸다. 예술점수(PCS·Total Program Component Score)는 성공 혹은 실패로 가르는 기술점수와는 별개의 점수다. 프로그램의 완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평가한다. 상대적으로 심판의 주관의 영역으로 해석되는 부분이 많다. PCS에는 스케이팅 기술이 프로그램 완성도를 얼마나 돋보이게 했는지 여부가 점수로 반영된다. 동작의 연결·연기·안무·곡 해석 등 5가지 등도 PSC의 평가 요소다. TES와 PCS를 제외한 영역에 감점이 있다. 감점 항목이 발생할 때마다 1점씩 감점된다. 경기 도중 엉덩방아를 찧을 때, 테크니컬 패널에게 롱 에지 판정 등을 받을 때 감점된다. 피겨경기 중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만을 남겨두고 있는 이번 동계올림픽에서는 여느 때보다 점수 인플레이션이 심해 김연아의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체전 여자 싱글에서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 1위를 차지하며 러시아의 초대 우승을 이끈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는 쇼트(72.90점)와 프리(141.51점) 개인 최고점을 이번 올림픽에서 받았다. 꾸준히 트리플 러츠에 대한 문제를 제기받은 리프니츠카야이지만 쇼트와 프리에서 총 3차례의 러츠 점프 가운데 1차례만 롱에지 판정을 지적받았다. 지난달 유럽선수권에서 받은 209.72점을 뛰어넘어 합계 214.41점을 받았다.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에서 유독 자신에게만 들이대는 `현미경 판정`을 경험했던 김연아로서는 달갑지 않다. 홈 이점을 안고 있는 리프니츠카야의 후한 점수가 이어지고 상대적으로 김연아가 불이익을 받는다면 어떤 상황이 연출될 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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