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가중 대상은 늘리고 감경 대상은 줄이는 방향으로 과징금 부과 기준을 일부 손질했다. 개정된 과징금 고시의 주요 내용을 보면 그동안 감경사유로 인정됐던 `시장·경제 여건의 악화`는 독립적 감경 사유로는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과징금 납부 시 자본잠식 등으로 인해 사업을 계속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사업자가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경우에는 50% 이내에서만 과징금을 감경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가 2010-2012년 부당한 공동행위(담합)로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은 84건이다. 이 가운데 단 한건만 제외하고 나머지 83건이 당초 위원회에서 의결한 금액보다 감경됐고, 감경률은 무려 60%에 달한다. 공정위의 과징금 조정과정이 기업의 과징금을 경감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도 하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과징금 감경 사유와 감경률 적용기준이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과징금부과 기준 등에 따라 의무적 조정과징금, 임의적 조정과징금, 부과과징금의 단계를 거쳐 최종 부과과징금을 결정한다. 이렇게 몇 단계 조정과정을 거치면서 불명확한 기준들로 감경을 해주다 보니 최종 부과과징금은 기본과징금의 절반 이상 감액되는 것이 관례가 돼버렸다. 불명확한 감경기준의 대표적인 사유가 `경기불황으로 인한 시장상황의 악화와 관련 산업의 침체`다.  이것 말고도 애매한 기준은 많다. 시장상황이 어려운 점, 첫 번째 자진신고한 경우, 적자 등 어려운 경영여건, 기업회생절차 등으로 부담능력 없는 경우, 현실적 부담능력 부족, 불법행위로 취한 부당이득이 크지 않은 점, 자진시정, 조사에 적극 협조한 점 등이 감경 사유에 해당하는 조건들이다. 하나같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같은 조항이다. 문제는 실제로 위원회가 이런 조항을 감면 사유로 지나치게 자주 인정해주고 있다는 데 있다.  주관적이고 관대한 감면 사유가 있는 한 과징금제도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차제에 공정위는 애매하고 관대한 과징금 사유는 폐기하거나 객관화하고, 과징금 부과 이후 가격이 원상회복 됐는지 관리·감독하는 사후관리에도 철저를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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