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미 / 결혼정보회사 커플매니저
30대 중반의 J씨는 요즘 보기 드문 사람입니다. 뭔가 특이한 점이 있느냐고요?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것입니다. 하루 하루 상사 눈치 보고, 월급날 기다리면서 사는 평범한 직장인인듯 하지만, 정치적 이슈나 사회문제에 대한 생각이 뚜렷하고, 필요하다면 참여도 한다네요.
요즘 투표율이 낮아서 걱정이라는데, J씨는 성인이 된 후 투표를 안 한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심지어 지역 보궐선거도 월차를 내고 꼭 투표를 할 정도라니 보기 드문 사람이라는 말에 공감하실 겁니다.
정치성향이 뚜렷한 것까지는 좋은데, 그로 인해 연애전선은 늘 ‘흐림’입니다. 로맨틱한 대화를 해야 여성들이 호감을 가질텐데, 한다는 얘기가 남북관계가 어떻고, 종북 정치인이 어떻고, 이러고 있으니 만남에 큰 진전이 있을 리가 없지요.
그래서 그는 이성을 소개받을 때 정치성향을 꼭 물어봅니다. 어떤 사람은 취미가 같은 상대를 만나고 싶어하듯이 그는 정치성향이 비슷하거나 최소한 이해하는 사람, 그 부분에 대한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고향이 어디고, 취미는 뭐고, 이런 얘기는 뻔하고 식상하다고 하면서도 계속 하는데, 정치 얘기는 말문을 떼는 순간 상대는 싫증을 냅니다. 심지어 자신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느냐고 기분 나빠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남들은 특이하다고 하지만, 그는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하다고 합니다. 남녀관계에서 정치성향은 어느 정도 중요할까요?
남성 1: 같은 성향의 사람끼리 만나는 것, 이른바 진영연애라고 하는데, 정치성향을 갖는 것은 좋지만, 너무 성향이 같으면 한쪽으로 치우쳐서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다.
여성 1: 종교를 광적으로 믿어서 결국 이혼까지 한 커플을 봤는데, 정치성향도 너무 강하면 부작용이 있다. 적당한 선에서, 예를 들어 투표 꼭 하는 정도면 알맞지 않을까? 난 최소한 선거날을 놀러가는 날로 생각하는 사람만 아니면 될 것 같은데.
남성 2: 난 정치에는 관심이 없는 편인데, 예전에 소개받은 여자가 투표 한다고 뭐 달라지느냐면서 자기는 한 번도 투표한 적이 없다는 말을 당당하게 하는 걸 보고 사람이 달라보였다. 생각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고 할까?
여성 2: 정치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상대를 꼭 가르치려고 하더라. 성향이 다르면 서로 대화하면서 이해를 해야 하는데, 무조건 자기가 옳다고 고집을 피운다. 정치얘기는 과열된다. 그래서 나는 정치성향 없는 사람이 좋다.
남성 3: 종교가 있는 사람은 자신과 종교가 같지 않다면 아예 무교인 사람과 결혼하는 게 낫다. 정치성향도 마찬가지다. 성향이 다른 사람보다 아예 잘 모르는 사람과 만나야 한다. 종교나 정치나 서로 다르면 대화가 안 통한다. 평생 대화하고 살아야 하는데, 안 통하면 결국 끝장난다. 그래서 난 결혼할 때 정치성향을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여성 3: 정치성향이 다르다는 것은 이념이 다르고,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는 뜻이다. 성향이 다르면 벽 보고 얘기하는 것과 똑같다. 종교는 마음이 관장하는 것이라서 그런지, 서로 달라도 얘기가 되는데, 정치는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라 한 번 머리에 박히면 빼내기 힘들다. 고로 나같이 정치에 관심없는 사람은 역시 마찬가지인 남자를 만나야 한다.
서로 잘 맞고 어울리는 커플은 소위 스펙이라는 것이 비슷한 것이 아니라 대화가 잘 통하는 것입니다. 추구하는 삶의 목표가 비슷하거나 관심사가 비슷하거나 혹은 종교 같은 활동을 같이 할 수 있거나 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다들 자기 주관이 뚜렷한 세대인데, 정치성향도 그렇더라고요.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단계이면 좋은데, 두드러지는 정도이면 대화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꼭 정치성향을 가진 사람을 만나라는 것이 아니라 이왕이면 그 성향이 어떤지 확인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