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2연패는 없었다. 은메달이었다. 금메달 이상 가는 값진 것이었다. 그리고, `여왕`이 떠났다. 김연아는 2014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쇼트프로그램 74.92점, 프리스케이팅 144.19점 등 총 219.11점을 획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많은 이들이 바라던 결과는 아니었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최고점(228.56점)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건 후 은퇴와 현역 연장을 놓고 고민하던 김연아는 2012년 7월 소치올림픽까지 선수로 뛴 후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2년 12월 20개월 만에 복귀한 김연아는 이후 건재함을 과시했다. 짧지 않은 휴식기에도 불구하고 김연아의 `교과서 점프`는 여전했다. 이에 피겨 팬들은 김연아가 은퇴 무대로 점찍은 소치올림픽에서 역대 세 번째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면서 `전설`을 쓰고 화려하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올림픽 2연패는 물거품이 됐다. 그러나 김연아의 은메달은 금메달이나 다름없었다. 이번 대회 여자 싱글 결과를 두고 논란이 들끓고 있다. 224.59점을 받아 금메달을 목에 건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러시아)에게 너무 후한 점수가 주어진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다 `피겨 전설` 미셸 콴(미국)과 카타리나 비트(독일)를 비롯한 전 세계의 피겨 전문가들이 이번 대회 결과를 비판하고 나섰다.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와 소트니코바 모두 자신이 가진 구성요소를 거의 실수없이 소화했다. 김연아의 구성요소 기본점이 1점 높았으나 김연아와 소트니코바의 쇼트프로그램 점수차는 0.82점에 불과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김연아와 소트니코바의 구성요소 기본점은 큰 차이가 없었다. 두 선수 모두 자신이 계획한 구성요소를 큰 실수없이 해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후한 수행점수(GOE)를 챙긴 소트니코바의 프리스케이팅 점수가 김연아보다 5.76점이나 높았다. 예술점수(PCS)에서 뒤진 적이 없는 김연아는 이번 올림픽에서는 소트니코바와 비슷한 점수를 받았다. 심판진 가운데 러시아빙상경기연맹 회장의 아내가 포함됐다는 이야기도 나와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이번 올림픽 여자 싱글 판정에 대해 재검토해달라고 공식 요청한 상태다. 아쉬운 판정 속에 올림픽 2연패가 무산됐지만 이미 피겨 역사에 수많은 이정표를 세운 김연아는 `피겨 전설`이다. 김연아는 일본 피겨의 `간판` 아사다 마오(24)와 양대산맥을 이루면서 피겨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2006~2007시즌 시니어 무대를 밟은 김연아는 8차례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단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정상에 섰다. 4차례의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2008~2009시즌 준우승한 것을 제외하고 우승을 맛보았다. 2006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2009년과 지난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 우승`이라는 화려한 성적만 거둔 것이 아니다. 김연아는 여러 번 사상 최고점을 갈아치우며 역대 최고의 피겨 스케이터로 자리매김했다. 시니어 데뷔 후 처음으로 나선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71.95점을 받아 쇼트프로그램 역대 최고점을 다시 쓴 김연아는 자기 자신을 뛰어넘으면서 역사적인 점수 행진을 벌였다. 특히 최절정기였던 밴쿠버올림픽에서 세운 사상 최고점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당시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 점수(78.50점)외 프리스케이팅 점수(150.06점) 또한 여전히 역대 최고점으로 올라있다. 그가 8년 동안 보여준 `팔색조 매력` 또한 피겨 역사에 남을 것들이이다. `록산느의 탱고`로 시작해 또 다른 탱고 곡인 `아디오스 노니노`로 끝을 맺는 동안 귀여운 숙녀로, 성숙미 넘치는 숙녀로, 청순한 여인으로,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김연아가 보여준 가지각색 매력은 전 세계 피겨 팬들의 뇌리 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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