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소치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의 최고 스타는 단연 빅토르 안(29·한국명 안현수)이었다. 아직은 어색한 러시아 유니폼을 입고 8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누빈 빅트로 안은 홀로 3개의 금메달을 수확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빅토르 안은 15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1위로 통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러시아 쇼트트랙 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빅토르 안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500m와 5000m 계주까지 석권하며 3관왕에 등극했다. 1500m 동메달을 포함해 이번 대회에서 가져간 메달만 4개다.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차지했던 빅토르 안은 8년 만에 3관왕 재등극이라는 흔치 않은 대기록을 수립했다. 또한 올림픽에서만 8개의 메달(금6·동2)을 수확, 쇼트트랙 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 보유자인 아폴로 안톤 오노(32·미국)와 타이를 이뤘다. 오노의 금2·은2·동4개보다 순도는 훨씬 높다. 한국에서 활약하던 시절 단점을 보였던 500m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한 빅토르 안은 올림픽 쇼트트랙 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가져가는 기염을 토했다. 빅토르 안이 연일 성공 드라마를 써내려가는 사이,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체면을 구겼다. 역대 최약체라는 불안한 평가는 안타깝게도 현실로 나타났다. 단 1명도 메달권에 진입시키지 못한 남자 대표팀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12년 만에 빈손으로 대회를 마쳤다.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대회 내내 빅토르 안과 비교 대상이 됐다. 특히 빅토르 안이 2011년 파벌 싸움에 시달리다가 귀화를 선택한 과거가 재조명되면서 안팎으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빅토르 안의 선전에 화가 난 팬들은 대한빙상경기연맹 비난에 열을 올렸고 홈페이지는 순식간에 마비됐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빙상계의 부조리를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쇼트트랙을 향한 불신은 극에 달했다. 남자 대표팀은 첫 종목이었던 1500m에서 이한빈(26·성남시청)이 결승전에 6위에 그치면서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가장 메달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봤던 5000m 계주에서는 베테랑 이호석(28·고양시청)이 1위로 준결승을 치르다가 넘어지면서 파이널 B로 밀려났다. 1000m에서는 유일하게 결승에 진출한 신다운(21·서울시청)이 반칙 판정으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500m에서는 준결승 통과자 조차 없었다. 남자 대표팀의 부진은 에이스의 부재와 맞물린다. 빅토르 안이 불참한 밴쿠버올림픽에서 2관왕을 차지한 이정수(25·고양시청)는 부상으로 지난해 4월 대표 선발전에서 고배를 마셨고 곽윤기(25·서울시청) 또한 발목을 다쳐 올림픽 출전의 꿈을 접었다. 두 선수의 불참으로 1년에 한 번 열리는 대표선발전 방식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한 번의 대회만으로 태극마크의 주인공을 가린다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하계올림픽 효자 종목인 양궁은 6차례 선발전을 통해 대표 선수를 뽑는다. 노진규(22·한국체대)의 갑작스런 이탈 역시 대표팀을 힘들게 했다. 노진규는 지난 1월 중순 훈련 도중 넘어져 왼 팔꿈치와 어깨가 골절됐다. 수술을 위해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는 종양이 악성으로 변했다는 진단을 받아 현재 암투병 중이다. 무른 빙질에 적응하지 못한 것 또한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대회에서는 유독 넘어지는 선수들이 많이 등장했다. 레이스 두 차례당 한 번 꼴로 넘어지는 선수가 나오고 있다. 불행하게도 남자 대표팀은 이로 인해 커다란 손실을 입었다. 5000m 계주에서 결승에도 오르지 못한 이유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회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마음고생에 시달려야 했던 최광복(40) 코치는 "칭찬의 목소리도, 우려의 목소리도 달게 받겠다"며 "빙상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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