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한국시간) 시작된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그 대장정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오는 24일 오전 폐막식이 열리면 대회기는 다음 개최지인 평창에 넘어간다. 역대 최고를 외치며 시작된 동계올림픽이었다. 러시아는 이번 올림픽을 위해 56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했다. 역사상 가장 비싼 올림픽에 이름을 올렸다. 대회 규모도 남달랐다. 이번 대회에는 역대 최다인 88개국에서 2800여 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82개국·2566명이 참가했던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보다 훨씬 많은 국가들이 동참했다. 처음으로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러시아는 대회 기간 내내 노골적으로 우승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각종 편파 판정 의혹이 제기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위한 동네 운동회·홈 쿠킹(집안잔치) 등 온갖 오명이 뒤따랐다. 비난 속에서도 러시아는 목적을 달성했다. 23일 현재 금메달 11개·은메달 10개·동메달 8개로 메달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동계스포츠 최강국 노르웨이(금 11·은 5·동 10)와 금메달 수는 같지만 은메달 수에서 앞서 있다. 만약 대회 마지막 날 러시아가 정상 자리를 지켜낸다면 지난 1994 릴레함메르동계올림픽 이후 20년 만에 동계올림픽 1위를 탈환하게 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올림픽을 위해 지난 4년 간 굵은 땀방울을 흘려온 세계 각국의 선수들은 스포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값진 기록들을 쏟아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88개국 가운데 메달 맛을 본 나라는 26개국이다. 나머지 62개국은 현재까지 참가에만 의의를 두고 있다. 개인 최다관왕의 영예는 3관왕씩을 차지한 빅토르 안(29·한국명 안현수)·마리트 뵈르겐(34·노르웨이)·다르야 돔라체바(28·벨라루스) 등 3명이 안았다. 한국에서 러시아로 귀화한 뒤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빅토르 안은 남자 쇼트트랙 500m·1000m·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그는 지난 2006토리노동계올림픽(당시 1000m·1500m·5000m 계주 금메달)에 이어 다시 한 번 올림픽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뵈르겐은 여자 크로스컨트리 7.5㎞ + 7.5㎞ 스키애슬론·단체 스프린트 클래식· 30㎞ 단체출발 프리에서 우승을 독식했고 돔바체바는 여자 바이애슬론 10㎞ 추발·15㎞ 개인·12.5㎞ 단체출발에서 3관왕에 올랐다. 이 외에도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희망 박승희(22)·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의 스벤 크라머(28) 등 18명이 2관왕을 달성했다. 세계기록은 탄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올림픽 기록들이 팬들을 열광케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총 10개의 올림픽 기록이 쏟아졌다. `빙속 여제` 이상화(25)는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동시에 2개의 올림픽 기록을 세웠다. 2차 레이스에서 기록한 37초28과 1·2차 합계인 1분14초70 모두 올림픽 기록이었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단체 추발에서는 크라머-얀 블록휴이센-코헨 페르베이로 꾸려진 네덜란드 대표팀이 한국대표팀(이승훈-주형준-김철민)과의 결승전에서 올림픽 기록을 수립했다. 한국과 쫓고쫓기는 접전을 벌인 네덜란드는 레이스 후반에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3분46초50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요리트 베르스마(28·네덜란드)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에서 12분44초45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이승훈(26)이 지니고 있던 올림픽 기록(종전 12분58초55)을 새롭게 썼다. 흥미로운 개인 기록도 넘쳐났다. 바이애슬론의 `살아있는 전설` 올레 아이너 뵈른달렌(40·노르웨이)은 이번 대회에서 더 없이 완벽한 은퇴식을 가졌다. 대회 시작 전 현역 은퇴를 선언한 뵈른달렌은 마지막으로 출전한 올림픽에서 개인종목 최고령 우승·동계올림픽 사상 최다 메달 획득 기록을 세웠다. 뵈른달렌은 이번 대회 바이애슬론 남자 10㎞ 스프린트와 남·녀 혼성 계주에서 2관왕에 오르며 크로스컨트리 종목의 뵈른 달리(47·노르웨이·12개)가 보유하고 있던 동계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을 13개로 갈아치웠다. 그는 또 40세 20일의 나이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토리노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땄던 캐나다의 더프 깁슨(47)이 세운 올림픽 개인종목 최고령 금메달 기록(당시 39세190일)을 넘어섰다. `우월한 유전자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한 이들도 있다. 네덜란드의 쌍둥이 형제인 로날드 뮐더와 미셸 뮐더(이상 28)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나란히 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생 미셸 뮐더가 금메달·형 로날드 뮐더가 동메달을 따냈다. 쌍둥이 형제가 동계올림픽 한 종목에서 함께 시상대에 오른 것은 지난 1984사라예보올림픽 알파인 스키 남자 활강에서 금·은메달을 각각 가져간 미국의 필 메르-스티브 메르(미국) 형제 이후 30년 만이다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모굴에서는 자매들이 위용을 뽐냈다. 쥐스틴 뒤푸르-라푸앙(20)과 클로에 뒤푸르-라푸앙(23) 자매가 각각 금·은메달을 휩쓸었다. 이 대회에 동반 출전했지만 결선에 오르지는 못한 맏언니 막심 뒤푸르 라푸앙(25)까지 메달을 땄다면 그야말로 `집안 잔치`가 될 뻔 했다. `부창부수`.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러시아 남녀 대표로 출전한 빅 와일드(28)와 그의 아내 알레나 자바르지나(25)를 두고 하는 말이다. 와일드는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남자부에서 금메달·자바르지나는 여자부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미국인이었던 와일드는 자바르지나와 결혼하며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고 이번 대회에서 부인의 모국에 사상 첫 올림픽 스노보드 금메달을 선사했다. 동계와 하계 종목을 가리지 않는 `만능 스포츠맨`의 등장도 놀랍다. 로린 윌리엄스(31)는 봅슬레이 여자 2인승에서 엘레나 마이어스(30·이상 미국)와 한 조를 이뤄 은메달을 차지했다. 앞서 2004아테네올림픽 육상 여자 100m 은메달·2012런던올림픽 여자 4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수집한 윌리엄스는이로써 동·하계올림픽에서 모두 메달을 따내는 진기록을 세웠다. 올림픽 역사상 5번째·여자 선수 중 3번째로 동·하계올림픽에서 메달을 거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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