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고 선수 인생을 마무리한 `피겨 여왕` 김연아가 올림픽 갈라쇼에서 평화의 메시지로 작별 인사를 대신하고 모든 공식일정을 마무리했다.  23일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갈라쇼에서 20째 순서로 김연아가 서자 그 뒤로 선명한 태극기가 떠올랐다. 김연아가 링크 가운데로 이동하자 관중석 곳곳에서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인류의 영원한 꿈인 평화를 노래하는 `이매진`의 선율이 흐르고, 김연아는 마법에 걸린 듯한 3분 동안 은반을 수놓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김연아는 이번 갈라쇼에서 어깨 부분을 파랗게 물들여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점차 연해져 흰색으로 변하는 새로운 의상을 선보였다. 피겨 결승전에서 TV를 주시하던 국민들은 분노에 탄식했다. 김연아 선수가 심판들의 편파·텃세 판정으로 금메달을 놓쳤기 때문이다. 스포츠맨십을 망각한 처사였지만 김연아는 내내 의연하고 당당했다. 금메달을 빼앗겼다는 분노보다 국민을 더 사로잡은 감정은 아쉬움이었을 것이다. 이제 은반의 여제가 펼치는 환상적 연기를 더는 볼수 없다는 안타까움 말이다.  김연아는 누가 뭐래도 한국 스포츠사상 불세출의 기린아다. 6세 때에 처음 피겨를 시작한 이래 그가 걸어온 족적은 한국 피겨사 자체였다. 2004-2005년 주니어 그랑프리 우승에 이어 2006년 주니어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화려하게 자리를 굳혀나갔다. 성인대회에 나서면서 눈부신 성적을 올렸다. 2009년 세계선수권에서 사상 처음으로 200점대를 돌파하는 등 모두 17차례나 우승했다. 특히 2010 뱅쿠버 올림픽에선 압도적 기량으로 최고점을 경신하고 금메달을 따며 세계인의 프리마 돈나로 등극했다. 김연아의 성취는 황무지의 한국 피겨의 기적이다. 이는 결코 거저 얻어진 건 아니다. 빙판에서 수없이 넘어지고 나뒹굴며 하나하나 기량을 익힌 결과다. 치열한 노력과 도전으로 한국의 소녀는 세계인의 연인이 됐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 더는 올라갈 곳이 없었을 때도 국민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다시 나섰다. 세계 언론과 피겨 전문가들이 이번 판정의 부당성을 성토하는데도 그녀는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보여 드려 기분 좋고 또 감사드린다"며 인간적인 성숙성을 보였다.  소치 올림픽은 이번 편파 판정으로 얼룩져 버렸다. IOC는 공정한 판정을 담보할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어쨌든 지난 10년은 국민과 김연아가 한마음으로 환호하고 탄식한 세월이었다. 그 시간 우리는 그녀가 있어 행복했다. 그녀가 우승할 때마다 우리는 기쁨과 희망을 얻었다. 새 인생을 시작할 그의 앞길을 축복하면서 다시 감사한다. 아디오스 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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