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세종청사에서 5개 부처·외청 합동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다시 한번 정부의 규제완화를 강조했다. 박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규제개혁이라고 쓰고 일자리 창출이라 읽는다"고 말했을 정도이라니 그의 의지를 알수 있다. 지난 5일 국무조정실 업무보고를 받을 때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진도개"를 언급하고 규제개혁은 꿈까지 꿀 정도로 생각을 하고 계속 관심을 가지라고 강조한 것에 이은 이번 발언이다. 요즘 박 대통령의 머릿속엔 온통 어떻게 하면 규제완화를 성공해 경제 활성화를 이룰 것인지만 들어 있는 듯하다.
이에 부응하듯 국토부는 전체 규제에 대한 총점관리제도를 도입하고 규제평가위원회를 만들어 2017년까지 규제 총점의 30%를 감축하며 새로운 규제 도입은 최소화하겠다고 보고했다. 입지규제 최소지구를 시행하는 등 주택경기 과열기에 도입된 과도한 규제도 지속적으로 완화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2017년은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이고 박 대통령의 임기가 사실상 마무리되는 해이기도 하다. 주택관련 규제도 그저 지속적으로 완화한다고만 했다. 보고 내용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나 대통령의 의지에 흔쾌히 부응하는 마음을 갖고 보고 내용을 만들었는지, 전적으로 신뢰하기엔 미흡하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
실무 공무원들의 십중팔구는 "전임자가 하던 일이어서 다시 검토해봐야 한다"거나, "규제를 푼다고 해서 효과가 날지 의문"이라거나, "다른 업무가 많아 신경 못 썼다"는 식의 핑계를 대기 일쑤라고 한다. 실무 공무원들은 규제완화는 곧 권한 축소로 이어지며 이는 곧 조직의 축소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 네(4) 건 가운데 세 건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으로 돼 있어서 국회를 통한 법개정이 아니어도 없앨 수 있다지만 없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상공회의소·경총 등 관련경제단체나 기업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들이 작성한 규제완화 리스트를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직속 위원회가 접수한 다음 규제개혁이 실제 얼마나 됐는지 역으로 확인하는 게 더 빠를 수도 있다. 이 위원회에 민간과 학계가 대거 참여해야 함은 물론이다. 규제완화를 공무원에게만 맡겨서 제대로 된 사례가 없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중대사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