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숭호 / 언론인  수원지법에서 징역 12년, 자격정지 10년 선고를 받은 날 나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그날 저녁처럼 몇 번이나 뒤척이며 분을 삭였다. 갇혀서 답답해서가 아니라 나의 어리석음이 내 동지들까지 이 지경에 처하도록 한 게 분했다. 치밀하지 못했다. 어리석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정신이 아니었다. 부모형제, 처자식에게도 북쪽 편드는 말을 할 때는 조심에 조심을 더 해야 하는데, 이념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생존환경은 모두 다른 130명 앞에서는 더더욱 그런 말을 내놓고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건방져졌나보다. 저들 말대로, ‘무명의 종북주의자’가 어느 날 갑자기 온갖 특권을 누릴 수 있는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되고, 그 종북주의자들의 ‘수(首’)가 되었으니 건방져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애국가는 국가라 아니라는 내 한마디에 온 나라가 들끓더니 금세 유야무야 넘어간 것이나, 전번 총선 때 우리당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대리투표가 빌미가 되어 제기된 나와 동료 김제연에 대한 국회의원 자격심사 청구 심사가 여야 대립으로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들에 내가 방심했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서울 한 복판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총공격 명령이 떨어지면 속도전으로 한 순간에 적들을 공격하라’거나 ‘인터넷을 보면 사제폭탄 사이트가 많다. 압력밥솥 사제폭탄 매뉴얼도 떴다’라는 말들을 쏟아냈겠나. 저들이 알면 곧바로 올가미가 되어 내 목을 죌 말들인데. 내가 먼저 그런 말을 안했다면 참석한 사람들도 ‘전쟁에 대비해 주요 통신시설과 유류저장고를 폭파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을 그렇게 마구잡이로 떠들어대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를 두고 어느 신문은 ‘골방의 혁명가’라고 불렀다. 내가 저지른 어리석음에 비추면 과분한 비유다. ‘골방의 망상가’라고 불러도 대꾸할 말이 없는 게 내 입장이다. 내가 한 일이 ‘망상’ 그 자체라는 생각도 들어서다. 그러나 아직도 ‘철탑 같은 것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폭파시켜봤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쉽지는 않았겠지만 인적 없는 깊은 산 속 송전탑을 폭파해 저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한숨 쉬게 할 수 있었다면 우리의 역량과 결속은 더욱 더 강고해졌을 것이다. 내 어리석음의 결과가 나와 동지들의 징역형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내 자신이 더 한심스럽다.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나의 당,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때문이다. 나의 내란음모가 유죄로 인정된 상황에서 헌재가 당이 정당 차원에서 개입했다는 점을 확인하기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용이할 거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만일 헌재가 당 해산 결정을 내린다면 ‘국회를 혁명투쟁의 교두보로 삼고 동시다발적인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그토록 오랫동안 쏟아온 나와 동지들의 노력은 일시에 물거품이 된다. 나의 어리석음과 교만이 가져온 결과라고 비판 받아 마땅하다. 국회 진출을 위해 당내 비례대표 경선에서 부정을 저질렀을 때는 지극히 비윤리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그런 과업을 추진하기 위한 자금을 만들기 위해 광고기획사를 차렸을 때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방법을 택했다는 생각이었지만 그 모든 게 헛된 일이 될 지경이 됐으니 내 어리석음이 한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후회되는 건, 나의 어리석음이 기필코 분쇄코자 했던 저들의 기반을 더욱 튼튼하게 하고, 민심이 더더욱 우리를 외면하게 만든 것이다. 저 위, 북쪽의 ‘수’도 나의 어리석음을 엄하게 비난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거기서도 나를 재판정에 세우려 할지 모르겠다. ‘이적행위, 남쪽을 도운 죄’라는 죄목으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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