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당초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자신의 취임 1년인 25일까지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에 대한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박 대통령의 입장표명 여부를 본 뒤 무공천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여전히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고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무공천을 선언함에 따라 민주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민주당은 일단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활동시한인 이달 말까지는 박 대통령에게 공약 이행 입장표명을 다시 요구, 시간을 벌어놓은 상태다. 이번달까지 박 대통령에게 최대한 촉구한 뒤 최종 입장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안 의원에게 무공천 정치혁신 대결에서 선제공격을 받은 민주당이 정당공천제 폐지 입장을 유보한 것은 어쩔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 공천유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 지도부는 안 의원의 무공천 방침으로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공천 유지 방침을 확정할 경우 김한길 대표가 꺼내든 정당공천 폐지 카드를 스스로 뒤집는 꼴이 된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우려된다. 반면 무공천을 선언할 경우 안 의원에게 선수를 빼앗긴 상황에서 그 의미가 반감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는 당내의 공천제 유지 의견 속에서 무공천을 해야한다는 명분론에 더욱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 대표가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을 수 없는 분노", "국민과 야당을 심하게 모독하는 것"이라며 맹비난을 쏟아내며 대통령에게 다시한번 입장표명을 요구한 것도 이같은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김 대표는 "대통령 후보로서 국민에게 공식적으로 내건 약속은 대통령이 모른 척한다고 해서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며 "집권세력의 오만과 독선으로 공천을 강행하면 민주당도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집권세력 앞에 제1야당이 무조건 무기력하게 끌려갈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당공천제 폐지를 놓고 당내 진통도 계속되고 있다. 무공천 주장에 이어 지난 대선때 정당공천제 폐지를 내걸었던 문재인 의원의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최고위 회의에서 "손학규 상임고문, 박원순 서울시장 등 많은 분들이 기초선거 공천 폐지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며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공약 당사자였던 문 의원은 정확한 입장을 오늘 중으로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주홍 의원은 "민주당의 책임도 있다. 민주당은 번번이 합리적 자기 계산에 굴복하고 마는가"라며 "이번만큼은 자기쇄신과 자기손해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제발 좀 손해좀 보자"고 말했다. 황 의원은 "문 의원의 침묵을 이해할 수 없다. 그분이야말로 정당공천을 폐지시키겠다고 공약했던 장본인 아닌가"라며 "민감한 사안마다 당론과 상관없는 자기 입장을 잘도 발표해오던 문 의원 아닌가. 박 대통령의 침묵만 비난받을 일이고 문 의원의 침묵은 감싸줘야 하고 눈감아줘야 하는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문 의원의 입장표명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집권한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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