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동계올림픽이 끝났는데도 분을 삭이지 못해 외국 선수에게 악담을 퍼부어대는 어글리 코리안이 많다. 피겨 여왕 김연아 등과 겨룬 일부 외국 선수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한국인들이 무차별로 올린 악성댓글로 가득하다.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한 욕설과 모욕적인 합성사진도 꽤 있다. 보다 못한 외국 선수 팬들이 반박 글로 맞서면서 때 아닌 사이버 공방이 벌어지기에 이르렀다. 너무나도 민망스러운 일이다. 우리의 저질 악플 고질병이 국제사회의 입방아에 오를까 두렵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한국인의 악성댓글로 도배되다시피 한다. 여자 쇼트트랙 500m 결승에서 선두 자리를 노리다 한국의 박승희를 밀쳐 쓰러지게 한 영국의 엘리스 크리스티도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됐다. 빗발치는 비난글 때문에 크리스티가 “수많은 악성댓글에 시달려 남은 경기 출전을 포기할 뻔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는 결국 자신의 SNS 계정을 모두 폐쇄했다고 한다.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박승희 역시 중국어와 영어로 된 악플에 시달렸다.
소치 올림픽의 우리나라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피겨의 편파 판정 논란과 쇼트트랙의 잇단 불운은 국민을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금메달에만 연연해 이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우리 선수들은 흔쾌히 판정 결과를 수용하거나, 경기 도중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국민 역시 선수들이 온몸을 다해 펼친 각본 없는 드라마를 지켜보며 웃고 울면서 감동을 나눴다. 그런 것이 바로 스포츠이고 배우고 지켜야 할 스포츠 정신이다.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 치열히 경쟁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것이 스포츠다. 그것도 경기의 일부다. 비판은 할 수 있지만 과정과 결과가 성에 차지 않는다고 외국 선수에게 화풀이하듯 욕을 퍼붓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는 꼴이나 다를바 없다. 홧김에 또는 우리 선수를 응원한답시고 경기장이 아닌 장외에서 집단으로 언어폭력을 휘둘러놓고 속시원해하는 누리꾼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충동적 행동은 나라 망신시키는 창피한 짓이다. 부메랑으로 우리에게 되돌아올 가능성도 크다. 우리는 4년 뒤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국이다. 외국 손님을 초청한 주인으로서 품격을 잃지 말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