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씀씀이가 도마에 올라 큰 곤혹을 치루고 있는 공공기관 임원들이 이번에는 굴리는 전용차량을 보면 고관대작 부러울게 없을 듯하다. 누가 더 큰 차를 타고 다니나 경쟁심리라도 발동한 듯 보인다.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실이 최근 밝힌 자료에 따르면 3600㏄ 급 대형 전용차량을 제공하고 있는 곳이 6군데라고 한다. 여기에는 인천공항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이 포함돼 있다. 또 LH, 한국도로공사는 3300cc 급, 한국공항공사, 교통안전공단 등의 기관장들은 3200㏄ 급 고급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공공기관의 이사, 감사 등도 남부럽지 않은 처지다. 3200㏄ 급에서 3400㏄ 급까지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에 비하면 대한지적공사 같은 곳은 `검약`해 보인다. 기관장 2800㏄ 급, 관리 이사 2700㏄ 급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코레일도 상대적으로 임원들 차량 사이즈를 줄여 타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장 3000㏄ 급, 이사 2400㏄ 급이 제공되고 있다고 한다.
공공기관 임원들과 부딪칠 일이 없으면 이들이 타는 전용차량의 배기량 급을 알기 어렵다. 사람들에게 노출이 잘 안 되니, 눈치 볼 일도 없고 뒤통수 따가울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런 현실이지만 자신들이 경영책임을 맡고 있는 기관의 재정·회계 사정을 알면서도 큰 차에 집착하는 건지 납득이 안 간다. 큰 차 굴리고 지출 씀씀이를 키우기 위해선 흑자경영이 전제돼야 한다. 과연 많은 공공기관들 형편이 그래도 되는가 하면 천만의 말씀이다. 부채가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는데다 임직원 연봉, 복지 지출 규모도 대기업 못지 않아 무슨 일이 터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런 행태를 보다 못해 국민권익위에서 시정 권고 조치를 내렸으나 들은 척도 안하고 있는 모양이다. 사기업 임원이라면 시비할 필요도 없지만 공공기관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더구나 장·차관보다 더 럭셔리한 차를 타고 다니는 건 분수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참에 공기관장들의 차량 거품도 걷어내야 하겠다